경험해 보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매우 정확한 것은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 연초부터 핑크빛 연애를 꿈꾸던 나의 생각은 사귄 지 1개월 만에 산산조각 났다는 것이다. 더불어 만나면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만큼, 실제로 내가 처음 만나보는 유형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바람을 폈는지, 아닌지는 알지 못한다. 나의 망상이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회피형 애착유형의 경우 캐주얼한 관계를 즐기며, 바람을 많이 피기도 한다고 한다. 몸을 섞는 관계가 아니라도 그 사람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연락을 많이 한다던지 하는 것들인데 바람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한다.
다만, 이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대도, 바람도, 구속도, 짜증이나 비난도 없어야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연애에 있어서는 감정적이다. 또 그날 있었던 일이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대입하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렇게 신경을 쓸 만한 상대가 아니던지 아니면, 관계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유형 역시 한 사람이며, 사랑받고, 유지하고 결혼이나 더 돈독한 관계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힘들다'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내공'이 쌓인 사람이라면 또 이런 어려운 사람을 만나야 될까 싶다. 최근에 유행한 피지컬 100에서 매우 무거운 공을 들고 서 있는 게임이 있었다.
마치 이 사람과의 관계가 이런 느낌이다. 부담되는 무거운 공을 들고 있는 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조용히 그것을 인내하는 일, 내가 참으면 계속해서 공을 들고 있을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공을 내려놓으면 끝나는 그런 상황처럼 느껴진다.
이번 일로 나도 상처를 너무 크게 받았다. 안 그래도 이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인데,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잠수이별'이라니... 아직 시간이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일상생활도 되지 않고, 잠을 잘 수도 없다. 다음 연애 상대를 만나면, 이번 연애에 대한 기억들이 얼룩져 또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일장 일단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불안형 애착 유형'의 사람인 것을 알았다. 다른 글에도 많이 이야기가 있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녀 같은 '회피형 애착 유형'을 보면 끌리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무엇인가 이상하면서도 내가 왠지 도와주고 잘해주고 싶고, 도망치려는 사람을 붙잡고 싶고, 계속해서 대화하고 붙잡아 두고 싶었다. 그녀의 성향이나 대처를 당연히 문제 삼고 싶다. 일반적이지 않고,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망치는 것인지를 똑똑히 알려주고 싶다. 나 역시 그 정도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생겼다.
하지만 결국, 이번 연애는 곰곰이 생각하면 나 스스로가 만든 일이다. 내 안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으니, 그런 사람을 보고 이상한 걸 눈감았고, 그것에 매료됐고, 정신을 차리지 못해 생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결별에 따른 슬픔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리고 나 스스로의 문제를 알아보고 바꾸기 위해서 심리상담소나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전에 이번 일의 슬픔을 견뎌내기 위해 나를 잘 아는 지인들에게 이번 일을 토로하던 중 약 10년쯤 알고 지내는 친구가 우리 집에 오겠다는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