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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 Mar 03. 2023

회피형 그녀에게 잠수 이별을 당하다⑥

경험해 보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우리 집은 광진구다. 

그날은 앞서 소개한 친구가 우리 집으로 딸기를 사들고 왔다. 그녀 생일날 케이크와 사갔던 딸기가 너무 맛있어서 화기애애했는데 하필이면 '딸기'를 사 왔다. 


우리는 아차산 둘레길을 좀 걷기로 했다. 나는 그간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 친구는 거의 1시간가량을 묵묵히 들어줬다. 그러더니 그 친구가 드디어 입을 뗐다. 


친구 : '너 나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지?' 

나 : '응 당연히 잘 알지'

친구 : '사실 내가 회피형 애착 유형인 사람이었어.....'

나 :.........


그 친구는 사실 바람을 많이 폈다. 꾸준히 만나 오면서 성관계를 하는 어린 친구도 있었고, 그 외에 여자친구라고 사귀면서도 건수만 생기면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할 정도였다. 나는 그 친구가 그런 일로 말미암아 잘 사귀던 여자친구와 안 좋게 헤어지는 일이 줄곧 발생하곤 했기 때문에 항상 그러지 말라고 늘 말해왔다. 


회피형 애착 유형에 대해 알게 된 지금, 그 친구의 행동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 피해를 줬는지, 왜 그렇게 상대들이 이 친구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왔는지가 이해됐다. 더불어 이 친구의 인생도 조금은 더 알게 됐다. 


친구 : '사실 미안해서 그런 거야.. 너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미안한데 미안하다고 말을 못 해'

나 : '아니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돼?, 게다가 성인이라면 더더욱 이해를 못 하겠어'

친구 : '그냥 그런 부류들한테는 나밖에 없어. 내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도망쳐버리는 거야'


그 이후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 부류에 대해 더 설명해 줬지만 친구가 결론적으로 한 말은 이것이었다. 


친구: '안타깝지만, 애초에 그 유형이라면, 연애 자체가 안돼. 네가 내 친구라서 하는 말인데 지금이라도 그걸 알게 되고 관계가 끝났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그리고 이제 그 친구는 차단해 버려, 이미 널 차단했을 거야'


같이 점심까지 먹으며 3~4시간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는 안 됐고, 그런 사람들이 '쓰레기'로 보였다. 평소에도 이기적인 사람들을 보며, 분개하는 나인데 본인만 생각하고 남들의 생각이나 감정이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니...


더군다나 인터넷에서 찾으니 회피형 애착 유형인 사람들이 20%나 된다는 것에 더욱 놀랬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숫자다. 내 인생에서는 단, 한 번만 있었던 일이 다행이라고 볼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보니 그런 사람들에게 연애를 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1달을 만나온 나에게도 이런 힘듦이 발생했는데,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을 만났던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또한 결혼생활까지 했던 사람들은 어떤 심경일지 상상도 못 하겠다. 


친구는 과거에는 그렇게 살았지만, 심리 상담과 안정형 애착 유형(추정이다)인 사람을 만나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 건강한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다만, 찾아본 결과, 이런 과거를 딛고,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들은 극히 드문 것 같다. 


그렇기에 다들 '회피형 애착 유형'을 만나면, 무조건 걸러라, 피해라, 그만둬라, 헤어짐이 잘된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말들이 지배적이지만, 난 다시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보고자 한다. 


난 지금 2주째 제대로 된 잠을 못 잤으며, 최근 며칠은 먹을 것을 못 먹고 있다. 정신은 피폐해졌고, 긍정적인 마인드도 사라졌다. 앞으로 연애가 잘 될지 예상을 못하겠고,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도 내가 잘 믿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껏 이 일이 아니어도 문제들을 잘 해결해 왔고, 죽을 것 같은 이별의 고통에서 무슨 도움을 받아서라도 곧잘 빠져나오곤 했다. 이번도 그럴 것이다. 단, 나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주변인들이 느끼기에도 보통의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친구를 통해 심리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당장은 회피형 애착 유형과의 연애와 헤어짐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하려는데 주력하겠지만, 나아가 내가 '불안형 애착 유형'이라는 것임에 주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볼 생각이다. 이 때문에 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는 심리 치료 이야기로 써보려고 한다. 


지난 2주간의 먹먹함과 우울함과 슬픔과 스트레스를 약간은 두서없게 써봤지만, 이제 난 인생을 살면서 이러한 스타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런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잘못했다 잘못했다를 떠나서, 그들도 그들 스스로 지옥에서 빠져나오기를 부디 바란다. 상대였던 사람들도 너무 힘들겠지만, 다른 의미로의 지옥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특히 절실하고, 애절했던, 그리고 아름다웠던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들. 

전부 진짜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가끔은 정말 애틋했던 감정을 느꼈던 '회피형 애착 유형'의 상대방들. 

그들의 어려움과 슬픔에 관해 매우 깊이 공감하고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힘들겠지만, 다들 죽을힘을 다해 이곳에서 벗어나자. 

적어도 다음은 지금 연애보다는 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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