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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o Mar 14. 2023

이별 그 후 ⓛ

극복의 시간, 그리고 고뇌

공포-회피형(확실한 것은 아니다) 여자와 문제가 발생했던 그 주에는 점점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일상생활이 잡히지 않았다. 한 주가 더 지나고, 상황이 조금씩 파악이 되기 시작했지만, 이별에 대한 인정이 되지 못했다. 1시간도 채 못 잔 날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헛구역질 때문에 밥을 먹지 못했다. 


다시 1주일이 지나고, 밥 혹은 술을 조금 먹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평소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즐긴다. 이 역시 지인들과 술을 한 잔 기울이며 기분을 풀었겠지만, 이번은 달랐다. 일상생활을 하긴 했지만, 좀비와도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갑자기 깊은 생각에 빠지거나, 가슴 통증 혹은 두통, 우울감을 느끼곤 했다. 다른 연애에서는 절대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반대로 내가 '집착-불안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결정적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의 낮은 자존감. 

나와 친하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내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줄 알았단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가진 돈, 집, 차와 가정, 학벌 모든 것이 부러웠고 난 늘 애써 아닌 척해왔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잘하고 있어라고 자위해 왔지만, 그것은 정말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조금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한 말들이었다. 더 열심히 살 수 있었지만, 일종의 자기 합리화 같은 말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웠지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나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지난해 만난 여자친구는 참 밝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를 너무 좋아해 주는 것이 보여서 좋았다. 하지만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잘할 때마다 나는 얼음이 됐다. 오히려 더 예민해졌다. '정말 저 말이 진짜일까?' 아니면 '날 기분 좋기 위해서 지어낸 말인가?' 등을 생각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에서도 나의 윗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을 때면 나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는다.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생각하다 보면, 이미 대답을 할 타이밍을 놓치고는 한다.


그 사람은 나와 짧게 연애했지만, 다투기도 많이 했다. 서운한 점을 강력하게 표출할 때면, 나는 감싸주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욱 화를 냈다. 내 불안감이 더 커지는 일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결과 즐거울 수도 있었던 시간을 즐겁게 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나는 외로우면서도 연애를 하면, 늘 문제가 생겼는가? 그리고 왜 주로 연애 상대로는 적절하지 않은 상대들을 만나 그것을 사랑이라고 느껴왔을까? 왜 반대로 연애하기 좋은 상대와는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다퉈왔을까? 


나는 직감적으로 그것은 나의 과거와 분명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두 번째 심리 상담 시간에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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