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게시글과 임금 불만
2023년 11월. 회사 인트라넷에는 연봉 조정 계획이 발표되었다.
일괄 3% 상승.
일괄 1% 상승 이후, 다시 한번 일괄 3% 상승이다. 임금이 자주 상승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반 회사와 우리 회사의 구조가 다른 점 또한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주된 이유다.
인력의 구성도 역피라미드 구조다. 많은 직급 중 우리 회사의 태반은 부장 직급이다. 현재 사원들은 부장들의 입사 시기인 15~20년 전과 비교하면 초임이 비슷하거나 적다. 따라서 그간 있었던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결국, 신입사원과 부장들의 임금을 비교하면 약 2배 차이가 난다. 모든 직원의 임금을 3% 인상하면, 신입사원들과 부장급들의 인상 금액 역시 2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로는 사원, 대리가 정년까지 일해도 연봉 5,000만 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상명하복식의 문화 때문일 것이라 예상해 본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게시판에 댓글을 작성했다. 뻔한 대답이 오고 가겠지만, 공식적으로 질문을 하고 싶었다. 또 그에 따른 답변도 듣고 싶었다.
약 200명에 달하는 직원 중 댓글을 단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불만에 대해 말하는 이가 없는 이유가 궁금했다. 남들의 눈치 보다 금전적인 이득이 더 우선 시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돌아오는 답변은 "댓글을 달기에는 직급이 낮아서 부담이 된다"였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을 받는 차/부장 직급들도 굳이 댓글을 달지 않았다. 이래저래 손해 보는 일을 할리가 없었다. 위로의 말들도 당연히 없었다. 속으로는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 답변이 달렸다. 인사팀장은 한 해동안 제대로 된 인사평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괄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실상 내가 질문한 것은 인사평가의 유무 문제가 아니라, 직급에 따른 차등적 인상 문제를 언급한 것인데 조금은 엉뚱하고, 형식적인 답변이다.
몇 개 회사를 다니면서 사실상 연봉 협상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없었다. 협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은 나름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며, 때론 동결, 때론 인상을 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불이익을 준 곳도 딱히 없다.(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모든 문제의 해결은 '문제제기'부터 아니겠는가? 직접적인 변화가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불만을 제기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이룩된 '혁명'도 없고,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돈'과 '권력'을 나눠주는 일 또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