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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산들 Dec 29. 2019

‘다자녀=행복’ 인가요?

국가가 행복의 기준을 결정하지 말아야


KTX의 ‘다자녀 행복 서비스’, 각종 지자체의 ‘다자녀 행복 카드’ 등의 단어를 들으면 마치 국가가 국민들에게 ’자녀 많이 낳아야 행복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물론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마치 ‘다자녀=행복'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든다.


그럼 과거에는 어땠을까? 1980년대에는 지금과는 반대로 인구 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에게는 아파트 분양 우선권과 예비군 면제라는 혜택까지 줬다. 정관수술 시술자가 가장 많은 1984년에는 8만 명이 넘는 남성들이 정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1980년대의 산아제한 정책 포스터를 보면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 ‘둘도 많다!’ 등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문구들이다.


1980년대의 산아제한정책 포스터 (출처:보건복지부)


그리고 저출산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는 출산 장려 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둘도 많다!’라고 외치던 국가는 갑자기 ‘하나는 외롭습니다’라며 태세 전환을 하기 시작한다.


2009년의 출산 장려 포스터 (출처:보건복지부)

국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음 놓고 출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출산 후 어린이집 걱정부터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가 양가 부모의 도움과 희생 없이 출산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단지 ‘다자녀 행복’, ‘하나는 외롭습니다.’ 등의 문구를 만들어 국민들의 인식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육아에 인생의 큰 의미를 두어 자녀 셋을 낳기로 한 부부가 있다면, 1980년대에는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꾸지람을 들었을 것이고, 지금은 애국자라고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출산과 육아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전환점이자 선택의 기로이다. 개개인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 국가가 나서서 ‘한 명만 나아야 행복합니다.’, 혹은 ‘다자녀여야 행복합니다.’라고 국가의 필요에 따라 선택을 강요해서 안 된다.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다자녀 가구, 한 자녀 가구, 딩크족, 비혼족 모두가 말이다. 적어도 출산과 육아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들이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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