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라떼는 어떤 의미였을까?
“라떼는 어디가 맛있나요?”
점심시간에 갑자기 옆 부서 친한 지인이 물었다. 알고 지낸 6년간 단 한 번도 커피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질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알고 보니 최근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라떼에 관한 글을 읽고 라떼 맛이 너무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어떤 카페를 추천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너무 저렴한 곳을 추천해줬다간 라떼의 맛에 실망해서 다시는 커피를 안 마실 것 같고, 스페셜 원두를 파는 곳을 추천해줬다간 어떤 원두를 고를지 난감해할 것만 같았다. 역시 나의 추천은 가장 무난한 스타벅스였다.
“역시 스타벅스가 좋겠네요.”
과연 30대가 되어 처음 먹는 라떼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우유의 부드러움 때문에 커피의 쓴 맛이 잘 안 느껴질까? 아니면 상상했던 것보다 쓰게 느껴질까?’ 빨리 그분의 라떼 후기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막상 글을 읽어 보니 맛에 대한 평가는 별로 없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옆에서 얻어먹던 프림 커피 맛이 났다고 했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누나와 나는 몰래 커피를 타 마시곤 했다. 당연히 부모님은 커피를 못 마시게 하셨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외출한 틈을 타 몰래 타 먹는 커피는 우리 남매에게는 최고의 일탈이었다. 몰래 커피를 마시는 나와 다르게 여유롭게 TV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처음으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나는 매일 커피를 마신다. 출근길에 회사 1층에 있는 카페에 들러 꼭 모닝커피를 마시고, 최소한 1잔 많게는 3잔의 커피를 마신다. 늘 마시는 커피이기 때문에 내가 누리고 있는 사치에 무뎌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분의 라떼 후기를 읽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커피는 어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하고. 12월 겨울 날,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