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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산들 Dec 16. 2019

소중한 건 가까이 있다.

제주도를 안 가본 한국인, 만리장성을 안 가본 중국인

중국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전공 교수님과 얘기를 나누다 지난주에 만리장성에 다녀온 얘기를 꺼냈다.


: ”지난주에 만리장성 다녀왔는데 확실히 규모가 다르더라고요.”

교수님: “그래? 나는 만리장성 한 번도 안 가봐서.”


어이가 없었다. 교수님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 후반의 나이였는데, 그 오랜 기간 북경에 살면서 만리장성을 한 번도 안 가봤다니. 북경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이고, 유학생이나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만리장성인데 말이다. 교수님은 不到长城非好汉 (‘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모택동 어록) 말도 모르시는 건가?


: ”여행 가시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교수님: “좋아하지. 이번 방학 때도 제주도 여행 가기로 했어. 작년에도 갔다 왔는데 너무 좋더라고.”

: ”아 저는 아직 제주도 한 번도 안 가봐서요.”

교수님은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교수님: “너는 어떻게 한국 사람이 제주도를 한 번도 안 가봤니? 그 좋은 제주도를?”


만리장성을 안 가본 중국인과 제주도를 안 가본 한국인처럼 우리는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 가는 식당, 카페가 누군가에는 인생 맛집 일 수도 너무나 가고 싶은 장소 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주말마다 가는 카페가 있는데 나는 언제라도 그 카페에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가면 항상 별 감흥 없이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보곤 했다. 어느 날 동남아 관광객처럼 보이는 분들이 와서 상기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카페 이곳저곳을 사진 찍는 것을 보고 어쩌면 내가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당신의 소울푸드(soul food)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은 치킨, 삼겹살, 김치찌개 등 우리가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을 얘기하지, 킹크랩, 송이버섯, 전복처럼 잘 접하기 힘든 비싼 음식을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울푸드의 사전적 의미가 ‘먹는 사람의 영혼을 감싸주는 음식. 사람들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아늑한 고향의 맛’인 것처럼, 결국 우리의 영혼을 치유해 주고 우리에게 소중한 음식은 늘 주변에 있고 친숙한 서민 음식이다.  


매일 아침 모닝커피를 사기 위해 들르는 카페, 퇴근길에 한강 다리를 건널 때 보는 한강의 야경, 산책하는 공원 등 쉽게 접할 수 있어 소중함을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중한 건 늘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 찾아보자. 우리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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