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는 통로
얼마 전 짐 정리를 하다가 군대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제대한 지 벌써 16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고 사진 속의 내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사진 속의 군인이 정말 나인가?’
‘나는 군대란 곳을 다녀오긴 한 걸까?’
엄청나게 긴 시간을 군대에 있었던 것 같고, 때론 하루하루가 한 달처럼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사진 몇 장으로 그 시절을 떠올리려니 쉽지 않았다. 갑자기 2년 2개월이라는 군생활이 덧없게 느껴졌다.
그러다 군대에서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육군의 경우 입대하면 ‘수양록’이라는 일기장을 보급받게 되고, 훈련소에서 매일 저녁 15분씩 일기를 쓰는 시간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훈련소에서만 쓰고 자대에 가면 일기를 쓰지 않지만 나는 제대할 때까지 꾸준히 일기를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글쓰기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일기를 보니 16년 전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앞으로의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군대라는 조직의 불합리함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앞으로 어떤 곳으로 자대 배치받을지 걱정했던 일, 휴가 전 느꼈던 설렘, 늘 짜증을 냈던 선임이 제대하는 날 갑자기 눈물을 보여 당황했던 일, 친한 선후임들과 PX에 가서 메타콘을 사 먹은 소소한 행복, 제대 후 진로에 대한 고민 등. 나는 일기를 통해 16년 전, 미래에 대한 꿈과 불안을 동시에 떠안고 있던 20대 초반의 나와 온전히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과거를 회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사진이 아니고 일기였다.
군대에 있을 때 ‘남는 건 사진뿐이야’ 라면서 일회용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으로는 그 시절의 생각과 추억을 오롯이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군대에서의 일기를 읽고 나서 나는 더 열심히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지금 회사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고민, 맛있는 카페를 발견했을 때의 소소한 행복,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소소한 일상들을 내 문체로 담담하게 기록해 나갈 것이다. 먼 훗날 30대의 내가 그리울 때 일기를 통해 지금의 나를 온전히 만나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