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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산들 Mar 05. 2020

혜민 스님의 에세이가 공감 가지 않는 이유

에세이의 매력은 진심

예전에 직장 선배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선물해 주었다. 당시 나는 회사 업무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선배는 내가 힐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선물해줬지만 나는 전혀 위로를 받지 못했다.


'잠깐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
'이번 주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하나 세우세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


나는 그저 뻔한 내용의 자기 계발서처럼 느껴졌고 저 말들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혜민 스님께서는 늘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다. 화난 표정, 찡그린 표정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스님도 인간이기 때문에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느낄 텐데 어떻게 저렇게 평온한 표정만 짓고 계신 걸까? 사람들이 스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항상 저런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스님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의 힘든 얘기를 진솔하게 썼다면 어땠을까?


‘이번 사찰 인사평가에서 C 받았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오늘 선배 스님한테 엄청 깨져서 환속할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환속: 승려 생활을 그만두고 속세로 돌아가다),
‘조계종 꼰대들 때문에 힘드네요.'


등등 직장인들과 비슷한 문제를 스님들도 겪고 있다고 하면 더 큰 공감을 얻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설령 스님이 이런 글을 썼다고 해도 편집자께서


“스님. 사람들이 스님에게 원하는 건 이런 글이 아닙니다. 당연히 '괜찮다.', '세상은 아름답다' 이런 글을 쓰셔야지요. 다시 쓰세요."


라며 반려했을 것이다. 물론 편집자 덕분에 더 가독성이 좋고 구성이 좋은 글이 탄생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들의 진심은 희석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소신 있게 본인의 이야기를 쓰는 곳


최근 브런치에 관한 어떤 글을 읽게 되었다. 브런치에 천편일률적인 소재가 넘쳐 나고 같은 형식과 필체의 글이 너무 많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브런치의 글들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바로 작가들의 진심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소신 있게 글을 쓸 수 있는 곳, 작가들의 진심이 담긴 글을 마주 할 수 있는 곳. 바로 브런치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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