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unsplah@Maxim Hopman>
친구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아픈 곳은 없는지 회사에서는 별일 없었는지 궁금했는데 친구의 첫 질문은 뜻밖이었다.
"주식으로 돈 좀 벌었냐?"
내가 "뭐 그냥 적당히."라고 얼버무리자 친구는 다시 "야 이런 좋은 장에 최소 30% 이상 수익은 내야지."라고 말하더니 자연스럽게 본인이 수익 내고 있는 종목과 수익률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축하를 해주면서도 친구와 재테크 얘기를 하고 싶어 전화한 게 아니었기에 조금은 쓸쓸함이 느껴졌다.
사실 돈 얘기에 진절머리가 난 지 꽤 오래되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회사에서도 온통 재테크 얘기뿐이었다. 주식, 부동산, 펀드 등 서로의 성공담을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입 때만 해도 "월급 받으면 뭐할까?", "연말정산 환급받으면 뭐 살 거야?"처럼 기대와 희망에 찬 질문이 오갔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로망은 없어지고 그저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만 같다.
환희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조급함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거의 모든 자산시장이 급등하면서 포털사이트에 관련 뉴스가 도배되고 있다. '서울 부동산 가격 32주 연속 상승', '코스피 지수 3,000 돌파' 등등. 그리고 지인을 만나면 듣게 되는 수많은 재테크 얘기들까지. 원치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재테크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재테크를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큰 허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나만 바보 같이 손해 보면서 사는 건가?', '나도 빨리 주식 시작해야 하는 건가?'라는 압박과 함께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자산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보고 빠져나오는 게 재테크 초보자들이 겪는 루트이다. 그래서 나는 재테크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 내가 돈을 벌었을 경우에는 더 조심하는 편이다. 나의 재테크 성공이 누군가에게는 조급함과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나친 경쟁 심리
친구나 지인들 간에 경쟁하듯 재테크를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전화로 "주식으로 얼마 벌었냐?"라고 물어본 친구 외에도 주식 수익률을 꼬치꼬치 캐묻는 회사 선배까지, 그 사람들의 재테크 목적은 본인의 꿈을 위한 것이 아닌 그저 다른 사람보다 돈을 많이 벌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재테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코로나 이전에 몇몇 지인들에게 비트코인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점차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서 소액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에 비트코인이 1,20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 폭락하자 몇몇 지인들이 연락을 해왔다.
"비트코인 폭락했네 ㅎㅎ OO이 어떡하냐?"
"비트코인 떨어졌네 ㅎㅎ 지금 사면되는 거냐?”
내가 비트코인에 투자를 했고 손해를 본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나의 손실이 그들에게는 즐거움이 되는 건지 이해를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른 후, 비트코인이 5,000만 원을 넘어서자 놀랍게도 그중 단 한 명도 내 앞에서 비트코인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