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팀장님 맘에 안 들어요
[사진출처: tvN 드라마 ‘미생’]
신입사원 때 나의 첫 팀장님은 나를 예뻐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내가 열심히 한 것도 잘한 것도 없었는데도 좋은 평가를 받았었고 승진도 동기 중에 가장 빨리 했다. 나는 남들 앞에 나서기보다는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는 편인데, 이런 내 성향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그러다 내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팀장님이 중국으로 발령 가게 되면서 새로운 팀장님이 오셨고, 내 회사 생활은 차츰 힘들어져 갔다. 새로운 팀장님은 나를 늘 못 마땅해하셨기 때문이다.
“야 업체랑 전화할 때 맘에 안 들면 좀 소리도 지르고 연관부서랑 싸우기도 해야지. 왜 그렇게 소심하게 일하냐?”
이런 식으로 내 업무방식을 못 마땅하게 여기셨었다. 예전 팀장님은 나의 업무방식에 대해 ‘묵묵히 본인 일을 열심히 한다’라고 하셨지만, 새로운 팀장님은 ‘너무 소심하게 일을 한다.’라고 늘 부정적인 피드백만 하셨다. 나의 자존감은 계속 낮아져만 갔고 결국 나는 새로운 팀장님의 성향에 맞게 나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에게 ‘저 열심히 일합니다.’ ‘저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팀장님이 있을 때는 일부러 업체에 전화해서 쪼기도 하고, 연관부서와 미팅할 때도 별일 아닌데도 괜히 큰 목소리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나의 변한 모습에 팀장님도 만족하셨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내 업무방식에 대해 문제 삼지 않으셨다. 이제야 팀장님의 마음에 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2년 후 또 새로운 팀장님이 오셨다. 나는 어느덧 대리가 되었고, 그 사이 큰소리로 전화하고 자주 싸우는 게 연기가 아닌 진짜 내 업무방식이 되어 있었다. 그날도 어느 때처럼 업체와 한바탕 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새로운 팀장님이 나를 호출하셨다.
“업체 담당자들이 너랑 일 못하겠다고 하던데. 그렇게 화만 내면 누가 너랑 일하고 싶어 하겠냐?”
머리가 마치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띵하고 흔들렸다. 왜 나는 억지로 팀장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내 업무방식을 바꾼 것일까? 어차피 어느 팀장님이나 길어야 2년 이면 내가 떠나거나 팀장님이 떠나거나 서로 헤어지게 되는데 말이다. 나는 굳이 억지로 내 업무성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사실 팀장의 평가라는 부분은 업무능력이 70%, 업무 외적인 부분 (서로 코드가 맞거나 성향이 맞는)이 나머지 3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업무 70%는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머지 30%은 우리 손을 떠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이 일을 겪은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팀장님의 마음에 들고자 억지로 노력하지 않는다. 업무적인 부분에만 최선을 다하고 그 외의 평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혹시 팀장님이 내 성격이나 업무 외적인 부분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팀장님 저 맘에 안 들죠? 저도 팀장님 맘에 안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