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형욱 Apr 03. 2024

4월의 따뜻한 저녁에 백퍼센트의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옛날 옛적, 어느 곳에 작가지망생이 살았다. 그는 어느날 운명과도 같은 영감을 받는다.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최고의 글을 찾았어. 지금 머릿속에 있는 이 글을 써내려 갈거야. 이건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글이 될 거야.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최고의 글이 될 테지.’     

 

 그것은 그의 백퍼센트의 글이었다. 그는 최고의 글을 쓰고 싶어서 조금 더 생각했다. 글쓰기를 설명하는 책을 읽고 글쓰기 강의를 조금 더 들었다.     


나는 최고의 글을 쓸거야. 지금 머릿속에 있는 이 글에서 조금 더 나아갈거야. 이건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글이 될 테지.’     


작가지망생은 조금 더 다듬고 조금 더 덜어내었다. 단어를 고치고 문장을 깎아내었다. 생각을 조금 더 하고 말을 조금 더 아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는 종종 90퍼센트의 글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는 100퍼센트의 글을 경험했었다. 언젠가는 다시 그것을 기억해 100퍼센트의 글을 쓸 터였다. 그는 기다렸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생각을 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그것은 80퍼센트의 글이었다. 70퍼센트의 글이었다. 10퍼센트의 글을 쓰고 92퍼센트의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4월이었다.     


어느 서점에서, 그는 그녀와 스쳐 지나간다.


꽃향을 머금은 공기 덩어리가 그의 코에 와 닿는다.

카페트로 덮인 서점의 바닥에는 단정한 무늬가 새겨져 있고 온통 책이 쌓여있다.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녀는 검은 스커트를 입고 아직 계산을 하지 않은 시집을 오른손에 들고 서 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말을 걸어보아야 했다.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백퍼센트의 결론입니다.”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이런 대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 있어 내가 백퍼센트의 결론이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백퍼센트의 글은 아닌 걸요”


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 속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 후 다시 그녀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그때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물론 지금은 그 때 그녀를 향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그 대사는 너무나 긴 이야기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로 끝난다.     


 슬픈 이야기이지 않습니까? 

 그는 무엇이라도 써 보아야 했던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요일 오전의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