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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욱 Apr 14. 2024

만춘


머물러 있는 꽃잎이고 싶어
그대 나를 아무렇게나 꺾어 가세요
나는 아직 초록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시간은 내게서 분홍을 거두어 갈 테지만
당신이 없는 당신의 방에서
사나흘 부끄럼없이 피어 있다가
여름이 오면 사라지고 싶어요
나는 아직 초록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대 나를 꺾었다는 것도 잊고 말겠지만
머물러 있는 꽃잎이고 싶어
그대 나를 아무렇게나 꺾어 가세요
이 봄이 영원할 수 없다면
여름이 오면 사라지고 싶어요
시간은 내게서 분홍을 거두어 갈 테지만
그대 나를 꺾었다는 것도 잊고 말겠지만
나는 아직 빗방울을 마주칠 준비가 되지 않았어
머물러 있는 꽃잎이고 싶어
그대 나를 아무렇게나 꺾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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