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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욱 Mar 26. 2024

옹이

 바깥에는 젖은 눈이 내렸다. 이미 어두워졌다. 저녁 일곱시의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테이블 위에는 전선이 어지러이 얽혀있었다. 스타벅스는 회색의 타일로 벽을 두른 채 한쪽 벽에는 천연의 색을 한 그림이 자리했다. 루소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열대의 색을 간직한 새와 꽃과 나무가 보인다. 브라질의 아마존을 떠오르게 한다. 커피 원두가 브라질에서 왔다는 것을 표현한 듯하다. 카페의 가운데에는 원목으로 된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에는 나무 무늬가 그대로 드러났다. 커다란 나무를 통째로 잘라 만든 테이블이다. 흐르는 물을 찍어낸 듯한 무늬가 테이블 이전에 나무임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옹이가 있다.


 옹이. 나무가 줄기로 뻗어나가려는 흔적은 옹이로 남는다. 테이블 위 짙은 색의 옹이가 동그란 모양으로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뻗어나가려는 흔적들은 짙게 남는 것일까. 유독 짙은 빛깔을 찾아 눈길을 주다보면 필연코 옹이와 만난다. 줄기가 되려던 흔적들이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페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했다. 강의를 듣기도 하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생각에 잠겨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피로한 기지개를 켠다.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달게 웃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이 시간과 공간에 모여있을까. 수요일 저녁의 카페에. 바깥에는 젖은 눈이 오는데. 타자 치는 소리가 타닥타닥. 무슨 꿈이었을까 모두를 이곳에 모이게 한 것은. 이 작업들이 뻗어나가려는 움직임이라면 우리들은 같은 곳에 모여 저마다의 옹이를 새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누군가는 무너져 보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울어보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미끄러져 넘어져 보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온전히 혼자가 되어 쓸쓸해보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꺾어져 옹이만 남긴 채 부러졌을 것이다. 해풍을 맞고 비를 맞고 젖은 눈을 쌓아 보았던 나무들을 생각해본다. 나무들이 옹이를 만든 시간들은 얼마나 짙었나. 그리고 옹이를 지닌 채 카페에 와서 몰두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옹이를 상상해본다. 우리들의 옹이에는 어떤 짙음이 남아있을까.

 

 그리고 옹이는 늘 동그란 모양새. 뻗어나가려던 흔적은 동그랗게 남는가. 그 이유는 나무가 늘 동그란 모양으로 줄기를 뻗는다는 데 있다. 동그란 사람이 좋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동그랗게 뻗어나가려는 고단함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의 동그란 커피 한잔인 것을. 

 

 바깥에는 젖은 어둠이 내렸다. 저녁 여덟시에 이르러 노트북을 닫았다. 테이블 위에는 옹이들이 나무의 결을 따라 흩어져 있었다. 한쪽 벽에는 천연의 색을 한 그림이 자리했다. 우리들은 같은 곳에 모여 뻗어나가려는 흔적들을 몸소 몸에 새기고 있었다. 단면의 무늬로 글을 쓴다. 글에는 동그란 옹이들이 동글동글 맺혀있을 것이다.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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