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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욱 May 25. 2024

얼음과 리코타치즈

1.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심장은 막 두근대고 잠은 잘 수가 없어요. 세상은 밤으로 덮여 있어요. 나는 커튼 틈으로 비친 달빛을 베고 누워요. 밤공기가 푹신해요. 이미 씻어 둔 하늘에 별빛이 새어 나와요.

    

 당신을 만나기 전에 나는 이미 커피를 마셨어요.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퇴근길에 한 잔. 당신을 만나 한 잔을 더 마셨어요. 주문할 때부터 나는 알고 있었어요. 오늘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러나 나는 한 잔을 끝까지 마셨어요. 왜냐하면 밤은 어둡고 당신을 위해서는 핑계가 필요하며 이야기에는 조명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나는 얼음을 깨물기도 했어요. 그러자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났어요. 짙은 밤인데도 말이죠. 기분 좋은 냉기가 입 안에 맴돌았어요. 나의 체온이 몰아낼 냉기가 꼭 당신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당신을 머금기에는 너무 뜨겁고 당신을 덥히기에는 너무 차가운 사람.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밤은 막 두근대고 잠은 새벽과 함께 사라지는데,     


 불꽃놀이는 밤을 없애지도, 추위를 물리치지도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기에는 나는 너무 어려요. 그래서 커피를 마셨어요. 심장은 막 두근대고 잠은 잘 수가 없겠지만, 나는 오늘의 불꽃을 하늘 높이 올려야만 해요. 그것이 밤으로 덮인 내 세상에서 내가 할 오늘의 일이에요.


 나는 밤공기를 덮고 누워요. 달빛이 푹신해요. 이미 씻어 둔 별빛은 하늘에 널어 두었어요. 당신으로 덮인 내 세상에서 내가 할 오늘의 일이에요.     




2.

 나는 달빛이 비친 그대 모습을 기억해요. 당신은 달빛과 같은 색깔이었죠.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가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당신은 그런 나를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죠. 나는 그런 당신이 참, 리코타치즈 같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코타합니다. 내 냉장고에는 아직 뜯지 않은 리코타치즈 한 덩이가 있어요. 그것은 아주 하얗고 먹음직스러우며 탱글한 질감을 갖고 있어요. 한 입 베어 물면 진한 풍미가 느껴지겠죠. 아삭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일요일 아침의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당신을 리코타합니다. 아주 하얗게 리코타합니다. 이 세상의 마지막에 이르러도 내가 할 말은 당신을 리코타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달빛으로 만든 리코타. 달빛과 같은 색을 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 나만의 리코타. 평생을 맛보아도 여전히 아쉬울.


 오늘 당신에게 꽃을 주었어요. 밤에는 그 위로 달빛이 비칠까요. 당신은 그 사이에 앉아있겠죠. 그러면 나를 떠올려주세요. 나는 그 풍경을 내 심장에 걸어두겠어요. 그리하여 나는 잠을 잘 때나 잠에서 깰 때나 그 그림을 바라보겠습니다. 그것이 나의 대부분이 되겠지요. 그 밖의 것들은 당신을 위해 요리를 한다거나 당신을 마중 한다거나 당신에게 드릴 편지를 쓴다거나 하는 것들로 메꾸려고요. 아주 탱글탱글한 리코타 치즈처럼 쫀쫀하게. 당신만을 온전히 리코타하고 싶어요. 충분히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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