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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욱 May 26. 2024

봄, 비, 당신의 어깨


 당신없이도 비가 내리고 있었네,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비의 어깨를 생각했지, 빗물처럼 꿈꾼다 한들 어디로 흘러가 자갈로 피울까, 괜히 집어들었다가 멀리 던져보는 조약돌처럼 자꾸만 둥글어지는 그러다 깨어지기도 하는 당신의 어깨, 비린 낮달을 가리며 내리는 비가 둥그런 어깨뼈에 추락하며 피우는 것은 하염 물방울인데, 간혹 술에 취하고 틀림없이 술이 깨는 것처럼 계절은 바뀌고, 어린 조약돌은 한 평생을 어린 것처럼 잦아들어 몸통과 심장만 남아 빗방울의 어깨 같은 꿈을 꾸곤 했어, 깨어난다는 것은 것은 수많은 어깨들과 부딪힐 각오를 하는 일, 버스는 최선을 다해 어깨의 각을 벼렸고 나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유리에 부딪힌 빗방울의 어깨를 보았지, 간혹 버스의 유리창은 하얀 꿈을 꾸곤 했고 나는 거기에 손가락을 비벼보았네, 여기에 흔적으로 남기 위해, 방백으로 머무는 말들의 종점에서 어깨가 비에 흠뻑 젖을 때까지 나는 바다를 생각하다가, 비린 팔꿈치의, 쉼표를 세어보는데, 그들 중 하나가 손목을 지나가 마침표가 되어 땅으로 향하고 있었어, 손가락은 어깨의 꿈이라면서, 그해 봄 나는 단출하게 입고서도 환절기에 극성이라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네, 그러나 당신만을 생각하다가, 비에 흠뻑 맞은 것처럼 앓아버렸네, 봄과 비와 당신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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