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는 나무꾼을 떠나며 말했다.
“나는 당신을 세 번 찾을 것입니다. 옥황상제의 명이어서 나도 어쩔 도리가 없어요. 내가 다시 땅에 이르는 날에 보아요. 그때까지, 부디 안녕히...”
선녀가 나무꾼을 다시 찾은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였다. 선녀는 천마를 타고 나무꾼이 기거하는 산자락의 오두막에 찾아와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나무꾼은 3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겉은 더 단단해졌고 속은 더 허물어졌다. 선녀는 떠나간 모습 그대로였다. 나무꾼은 기뻐하며 말했다.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였소. 잠시 그친 장마 사이로 햇볕이 비출 때 나는 분명히 당신의 웃음을 보았소. 연못에 매화꽃잎이 가 닿을때 나는 분명히 당신의 눈물을 보았소. 세상은 찾아볼수록 당신이 이다지도 많았소. 잘 왔소.”
선녀는 나무꾼과 3일을 함께했다. 함께 웃음을 지었고 함께 밥을 지어 먹었으며 함께 옷을 지어 입었다. 해는 쉬이 지고 달은 쉬이 떴다. 낮과 밤이 뒤섞였다. 나무꾼은 기쁨 속에서 선녀를 그리워했던 3년의 시간을 쓸어보냈다. 3일과 맞바꿀만한 3년이었다. 3일째 되던 날 밤 선녀가 말했다.
“내일이면 나는 떠나가야 합니다. 내게 허락된 날은 3일이에요. 내가 다시 땅에 이르는 날에 보아요. 그때까지, 부디 안녕히...”
선녀가 나무꾼을 다시 찾은 것은 그로부터 5년 뒤였다. 선녀는 빛을 차고 나무꾼이 기거하는 산자락의 오두막을 찾았다. 나무꾼은 5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겉은 조금 허물어졌고 속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선녀는 떠나간 모습 그대로였다. 나무꾼은 울며 말했다.
“세상은 찾아볼수록 당신이 그다지도 많았소. 봄에는 당신의 옷자락처럼 개울물이 흘렀소. 여름은 당신의 손길처럼 깨끗한 햇볕이 온 세상에 가득했소. 가을에는 당신의 걸음을 닮은 낙엽이 떨어졌소. 겨울에는 당신의 종아리같은 눈을 쓸며 하루를 보냈소. 그렇게 다섯 해를 보내는동안 나는 무던히도 많은 당신을 만나고 또 떠나갔소. 잘 왔소.”
선녀는 나무꾼과 다시 3일을 보냈다. 밤새도록 서로를 이야기했다. 나무꾼은 나무를 하다 곰을 만난 일이며 옆마을 돌쇠에게 나무를 제 값보다 비싸게 팔았던 일, 웃마을 어르신과 바둑을 둔 일,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일을 선녀에게 이야기했다. 선녀는 옥황상제의 복숭아를 맛본 일, 구름을 타고 멀리 바다로 나아가본 일, 궁궐에서 벌어진 소소한 다툼같은 것을 일렀다. 5년의 시간이 무색했다. 언제나 함께였던 것처럼 선녀와 나무꾼은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는 쉬이 지고 달은 쉬이 떴다. 밤은 낮을 서둘러 내쫓았다. 나무꾼은 그리움 속에서 살아내었던 5년의 시간을 쓸어보냈다. 3일과 맞바꾼 5년이었다. 3일째 되던 날 밤 나무꾼이 말했다.
“내일이면 당신은 떠나가야 하지요. 당신이 언제 땅에 이를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언제나 그렇듯 당신을 그리고 있겠소. 그때까지, 부디 안녕히...”
선녀가 나무꾼을 다시 찾은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였다. 나무꾼이 그리운 선녀는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선녀는 비를 타고 나무꾼이 기거하는 산자락의 오두막을 찾았다. 그러나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두막이 없었다. 아궁이가 없었다. 나무꾼과 추억을 나눈 마루며 안방이며 비를 막아주던 지붕도 지붕을 받치던 기둥도 흔적이 없었다. 나무꾼은커녕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도 없었다. 선녀는 그곳에서 3일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선녀와 나무꾼이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