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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욱 Mar 30. 2024

미세먼지 이야기

봄 밤 이야기


볼 헤는 밤     




나는 밤에 있고 당신의 볼을 생각해요

어제는 내 베개가 당신의 볼인냥

내 볼을 비벼보았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당신이 더 보고싶어졌어요

가까운 과거라서 다행이야

아직 손에 기억이 닿아요

거기 가장 따뜻한 것이 당신의 볼


당신은 이런 나를 허락하지 않을테지만     

나는 당분간의 밤에 당신의 볼을 떠올릴 것 같아서

어두운 허공에 손을 뻗고 있어요

계절되면 내려 앉는 꽃잎처럼

나도 그렇게 되려나 보죠     


볼 하나에 잘 자요 

볼 하나에 고마워요

그리고 끝입니다

남은 볼이 없는 까닭이에요


우리 또 볼 밤이 있었음 좋겠어요

그런 밤을 볼 일은 없을 테지만요     

봄 밤입니다

”     




 엊그제 세차한 차의 본네트 위에 흙탕물이 끼얹어졌다. 황사를 머금은 빗물이 차에 돌진해 부수어진 그대로 자국을 남겼다. 머나먼 이국의 먼지는 타국의 빗물을 만나 생면부지의 내 차에 그 흔적을 남겼다. 세상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기기 위해 태어났나. 하물며 지나간 인연마저도. 나는 흔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느낌이다. 물리적 법칙을 뛰어넘는 것 같은 일탈감을 준다. 그래서 언제나 관계의 완전범죄를 꿈꾼다. 내 흔적은 지문하나도 남지 않았을 테지만 어떡하나. 당신의 흔적이 나에게 낭자하다. 하물며 봄밤 마저도 당신 눈썹 터럭처럼 내 볼에 묻는데.


 어제는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이었다. 그리고 흔적을 남기는 것들이 자욱한 날이었다. 


 "외부활동을 자제하여야 합니다.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어느 봄밤의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당신을 지나간 것들을 다 막아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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