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셀라와 카산드라 이야기
오늘을 사는 사람이 이긴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무드셀라다. 무드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는데 늘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했다고 전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가장 많은 과거를 가진 자가 되었다. 추억은 항상 아름다운 것이며,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는 인간의 심리를 무드셀라 증후군이라 부른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공주였다. 그녀의 오빠가 헥토르이다. 그녀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로 아폴론의 총애를 받았는데, 아폴론은 환심을 사기 위해 그녀에게 예언의 능력을 선물한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자신이 나이를 먹고 늙고 병들면 아폴론의 마음이 변할 것임을 예지한다. 카산드라가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하자 아폴론은 그 누구도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게 하는 저주를 내린다. 카산드라는 언제나 옳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성서와 신화 속에는 신들보다 많은 인간이 등장한다. 신들에 비해 그들은 운명처럼 우리를 닮았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자는 가장 많은 과거를 갖게 되고 미래를 예지하는 자는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게 된다. 모순과 역설과 불안정함은 늘 인간의 몫.
무드셀라와 카산드라는 어떻게 되었나? 무드셀라의 손자인 노아는 방주를 건조해 세상을 구한다. 홍수가 일어나던 그 해 무드셀라는 긴 생을 마무리한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멸망을 막기 위해 예언을 울부짖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트로이 멸망 후 아가멤논에게 바쳐져 그가 죽을 때 함께 살해당한다.
지금, 여기에 발을 딛지 못한 사람은 과거와 미래에 발 하나씩을 걸친 채 위태롭게 걷는다. 한 쪽은 그리워하며 한 쪽을 두려워하며 걷는 인간은 현재의 조그만 돌부리에도 크게 넘어지고 만다. 그의 무릎을 상하게 한 것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현재의 일이지만, 그는 알아채지 못한다. 과거와 미래에 다리 한 쪽씩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의 무릎은 지금 여기에 없다. 과거 혹은 미래에 있다.
인간이어. 과거를 갖되 그리워하지 말지어다. 미래를 예언하되 믿지 말지어다. 신의 일은 신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오늘 인간의 일을 하자. 오늘의 설거지, 오늘의 청소, 오늘의 밥을 지어 먹는 일, 그리고 오늘의 글쓰기를 하자. 그러다 보면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울 것이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