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장강명(동아시아)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보내면서, 그 삶과 연결된 앞으로의 시간을 상상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의 삶도 즐겁지만, 앞으로 인생에 뭔가 더 재밌고 다채로운 경험들이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미래’에 대해 생각하라고 하면, 왠지 막연하고 무서운 기분이 든다.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떤 답을 어느 정도 가지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단단히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주로 뭐 하면서 시간 보내요?’ 정도로 순화해서 질문하는 편이다.)
제목부터 약간 부담스러워서, 선뜻 집어 들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읽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장강명 작가는 ‘아무튼 현수동’을 통해 처음 만났다. 상상력과 통찰이 더해져, 좋은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계셨다. 너무 이상화 하지도, 또 너무 비관하지도 않는 태도가 딱 적절하게 느껴졌다. 이번 책에서도 그랬다.
알파고의 승리와 관련해서 당사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학교괴담처럼 충격적이지만 흔하게 들어본 이야기로 취급했던 것 같다. 나에게는 딱 그 정도였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가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하니 달리 보였다. 그리고 그냥 남의 일로 넘겨서는 안 됐었다는 반성도 하게 됐다.
최근에 엄마가, 심리학을 전공했으니 외국에 가서 좀 더 배워보지 않겠냐고 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지 않겠냐고 했다. 물론 그 선택지를 언젠가 고를 수도 있다. 그런데, AI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선택의 이유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의 이유를 책을 읽으며 찾아갈 수 있었다. 사람의 일이라고 굳게 믿었던 바둑은 AI가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해내는 일이 되었다. 현재 챗 지피티는 일상에서 상담을 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AI는 어느 영역이든 침투할 수 있고, 높은 가능성으로 잘 해낼 것이다.
이런 ai와 경쟁하기보다, 그냥 내 삶을 가꾸고 나의 가치가 머무는 곳에 있으면서 삶의 이야기와 과정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