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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

<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문학동네)

by 귤껍질


”어떤 삶이 주어지든, 그 안에서 살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



자기 앞의 생을 추천받을 때, 작가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들은 영화 뒤 쿠키처럼, 책만큼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았다.


살면서 한 번만 수상할 수 있다는 콩쿠르상을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두 번 수상한 것이 하나이고, (본명은 에밀 아자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밝히고 권총자살을 했다는 것이 두 번째이다.



표지의 큰 옷과 우산을 입고 있는 아이의 일러스트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정하면서도 쓸쓸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고 다시 보니 어린아이임에도 어른보다 큰 삶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을 잘 나타내는 것 같다.


얇은 선으로 섬세하게 표현된 얼굴의 잔주름, 머리카락, 몸의 곡선은 책장을 넘기다가 잠시 멈춰 그림 그 자체를 감상하도록 했다.




초반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모모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걸 모르기에, 감당해내고 있는 것이 많다. 결핍을 채우려는 순수한 행동들은 걱정스럽고 당황스럽다.


그러다가 책을 덮을 때쯤에는 문득, 아이지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앞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같은, 태도와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혼란스러운 앞부분을 지나, 위태로운 중간 부분, 삶에서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 있을지 가치관에 대해 질문하게 하는 끝까지. 도달하면 이야기도 끝이 난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더 잘 읽혔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주어진 생을 사는 존재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앞에 놓인 생을 살아내는 게 삶이라는 것을.




삶은 계획하고 개척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살다 보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 또한 잘 살아내 봐야겠다는 힘을 주는 책이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더 펴볼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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