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짓기
“찬장 문도 그냥 단 거 아냐, 옛날 집의 대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
신축 인테리어를 하는 김에, 구축도 테라스며 화장실이며 낡은 부분을 새것으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 그러면서 구축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니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이 참 매력적인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런지, 신축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 중 구축이 더 마음에 쏙 든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바깥은 붉은 고벽돌, 내부는 노란 페인트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움 그 자체인 공간에 들어서면 동화 속 집에 온 느낌이 든다.
*고벽돌 : 어느 성이나 저택에 사용되었던 벽돌, 재사용 벽돌
집안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포인트들을 발견하는 것도 공간을 만끽하는 방법 중 하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작은 창문 앞 숟가락과 포크 모양의 옷걸이다. 눈여겨보는 사람은 옷걸이 주변 우유통, 도자기 종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다음에 보이는 건 벽돌로 쌓은 아일랜드식 식탁이다. 지금은 꽉 채워버렸지만 처음에 얼기설기 매질을 채웠었다. 외할아버지는 보자마자 왜 일을 하다 말았냐고 했지만, 매질을 꽉 채우면 재미가 없다는 건축가님과 엄마의 의견이 일치해서 포인트를 준 것이었다.
식탁 아래 고재로 만들어진 찬장 문은 대갓집 대문 모양으로 만들었다. 집의 대문 같은 찬장 문을 열면 엄마가 만든 도자기 식기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옆에는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서 혼수로 가져오신 천이 걸려 있다. 천 뒤에는 내가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모아놓은 차와 커피들이 있다.
*고재 : 오래된 나무
식탁 바로 옆의 큰아빠께서 물이 튀어 곰팡이가 슬지 말라고 타일을 붙여주신 부엌 벽을 지나면, 화장실이 나온다. 화장실에는 두 가지 정도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골동품 경매에서 아빠가 사 온 싱크이고, 두 번째는 창문을 가리고 있는 할머니의 자수이다.
화장실과 부엌을 지나면 나오는 거실은 통창과 천장이 매력적이다. 통창은 내가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데, 식사를 할 때나 대화를 할 때,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나 멍 때리며 앞에 앉아 있으면 바깥과 연결된 느낌을 준다.
그 위로 쭉 올라간 천장은 좁아 보이지 않게 하려고 2층 공간을 포기하고 만든 것이다. 덕분에 1층 10평, 2층 5평의 작은 집이지만, 답답한 느낌이 없다.
2층으로 가는 계단 아래에는 아빠가 만든 와인 걸이가 걸려 있다. 취미로 목공을 배운 아빠의 야심작인데, 제법 분위기가 있다.
2층의 포인트는 독특한 문양의 문살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문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분리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역시나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내부와 마당과 광덕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문은 동화 속 집 같이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엄마가 창가에 두는 드라이플라워는 계절에 맞춰 가끔 바뀐다.
집을 다 구경하고 나설 때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신발장 문고리와 자수는 마지막까지도 이 집에 주인의 손이 안 간 곳은 없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모든 공간은 그 주인을 닮는 것 같다. 여행을 가면 로컬 분위기가 담뿍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한다.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호텔보다, 주인의 취향과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따뜻하고 작은 구축 집은 우리 가족의 취향을 담뿍 담아내는 곳이라 서울의 아파트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