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 中
自問
다이어리는 왜 항상 한 권을 다 쓰지 못하는 걸까?
自答
어쨌거나 결론은 게을러서지. 꾸준함 결여.
그러면서도 연말이면 다음 해의 다이어리를 의례적으로 준비한다. 올 한 해는 어떠했는지 내년에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기록하고 계획하기 위해서다. 그 페이지들을 쓰고 나면 비로소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되는 기분이 든다. 내년에는 올해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으리. 이 모든 계획은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으리.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각오를 다시금 장전한다.
이번 다이어리는 캐럿마켓에서 난생처음 굿즈로 두 권 준비했다. 찰나를 기록할 스케치 용도의 언데이티드 플래너와 가계부 겸 그날을 기록할 용도의 데일리 플래너다. 원래는 이 다이어리에 음료 지류 쿠폰이 들어 있었는데 이번부터 없어졌단다. 어차피 몰랐기에 아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아쉽기도 하다. 뭐 얼마나 대단한 쿠폰이었는지는 몰라도 해마다 사는 거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 이왕이면 다홍치마니까.
"내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다 써야지!"
"ㅏ ㅗ ㅣ 이런 거 쓰게?"
"오, 그거 괜찮은데!"
나만큼이나 우리 쁨이도 웃겼나 보다.
1일 1 스케치는 잘도 하면서 1일 1 일기는 왜 그렇게 안 써지는지. 어릴 적 숙제 일기는 곧잘 했는데. 성인이 돼서까지도 그 습관은 꾸준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일기의 내용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부터 잘 안 쓰게 됐다. 기분 좋은 날, 무탈한 날에만 쓰다 보니 날짜 박힌 다이어리는 3분의 2 이상 채워지지 않았다. 이제는 단단하게 잘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아프고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어도 휘갈기거나 찢어내지 않는 걸 보면 생각보다 많이 강하고 의연해진 것 같다.
오랜만에 산 데일리 다이어리.
만년이면 몰라도 데일리는 다음 해에 쓸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우리 쁨이에게 입방정까지 떨어놨으니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손가락을 걸지 않아도 약속이라 말하지 않아도 "할 거야"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약속이 된다. 어쩌면 그게 '포기하지 않는' 본보기가 될 것 같아서. 지켜야겠기에 이내 목표로 세워진다. 때문에 나는 언제나 진행 중이고 우리 쁨이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 입은 열지 않을수록 마음이 편안한 법이다. Phew...
한 줄이어도 괜찮다. 365일 하루도 빠트리지 않을 것이다. 자다가라도 일어나 쓸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날에는 쁨이 말처럼 'ㅏㅗㅣ'라도 쓰고 말겠다. 나중 일기라도 쓸 것이다.
다이어리 한 권 쓰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별것도 아닌 것을 목표라 말하느냐는 이들이 있다면 우선 존경부터 표한다. 그들은 매일 매해 하루도 빠짐없이 곧 죽어도 최소 3년 이상은 꾸준히 써오고 있을 게 분명하므로.
열두 달이나 남았으니 새해 계획의 절반은 벌써 이룬 기분이다. 연말은 언제나 아쉽고 새해는 매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