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가 읽음 - 1월
책을 읽기만 하고, 읽다가 좋았던 구절은 그냥 사진만 찍어놓고(물론 다시 보는 일은 거의 없다) 따로 내용이나 감상을 적거나 하질 않았더니 이제 기억력에 한계가 왔다. 내용이 가물가물하여 읽었으나 읽지 않은 책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고, 일단 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기에 기록은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하기로 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1월에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복한 자장을 만드는 힘 청소력 / 마쓰다 미쓰히로
얇아서 나가는 길에 들고 가기 좋았기에 새해 첫 완독책은 청소력이었다.
'청소'가 단지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것에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마음과 인생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 새해를 맞이하여 항상 갖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읽기 좋았다.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 송희구
이건 작년 연말에 읽기 시작해서 해를 넘겨 완독.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현실상을 반영하여 읽기 쉽게 서술해서 두께에 비해 금방 읽었다. 한 때 유행했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한국판이랄까.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찰리 맥커시
그림과 글이 항상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에 가끔씩 마음 정화를 위해 읽어주는 책.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데 읽을 때마다 특히 와닿는 부분이 다르다. 글이 적고 글자가 크며, 그림과 같이 있어서 아이들과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2500년 동안 사랑받은 초역 부처의 말 / 코이케 류노스케
새해부터는 매일 필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필사하기 좋은 책을 검색하다 읽은 책들 중 하나다. 여러 가지 부처님의 말씀 중에 특히 '법구경'에서 따온 부분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에 쌓인 생각의 집합체". 좋은 생각을 하고, 미움을 버리고, 올바른 일을 실천하기.
부처님, 저에게는 너무 어렵네요. 깨달음의 길은 멀고도 멉니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 / 백희성
이건 뭐 말이 필요 없음. 내가 읽은 1월의 책 중 최고!
자세한 리뷰는 기존에 올린 감상평(추억과 사랑으로 채우는 공간)을 참조해 주세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강용수
이것도 읽다가 만 책 기어이 완독. 한창 인기 있을 때 선물 받은 건데 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이 더 많아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담고 있다 하기엔 부족하다. 읽긴 읽었지만 그다지 마음에는 닿지 않았고 기억에도 남지 않았던... 하지만 이 책 때문에 독후 기록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제목도 마음에 들고, '시인이 세상에 바치는 찬사'라는 표지 문구도 마음에 들고, 책 내용도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책이라 다시 읽었다. 역시 시인이라 그런지 산문보다 시가 더 좋지만, 시인의 감수성이 녹아있는 산문도 충분히 아름답다. 완벽하지 못한 날들 사이에서 힐링받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불렛저널 / 라이더 캐롤
"새해에는 기록하는 인간이 되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여러 개의 다이어리를 고르고 골랐지만, 결국 내 마음에 완벽하게 차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알게 된 '불렛저널'에 도전하고 싶어서 읽어본 책.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그래서 내가 일일이 작성하는 게 좀 귀찮다는 단점이 있다(달력에 숫자 쓰기 귀찮아서 만년 다이어리 절대 안 쓰는 사람이 나다). 일단 이대로 따라 하고 있기는 한데, 올해의 다이어리는 12월까지 꽉꽉 다 채울 수 있을 것인가!
법구경 마음공부 / 정운
'초역 부처의 말'을 읽고 '법구경'에 흥미가 생겨서 조금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어서 골랐던 책이다. 부처님의 말씀과 거기에 얽힌 일화를 같이 서술하여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었다. 마음에 새겨야 할 부분이 많아서 인상 깊은 구절도 많다. 이건 사서 곁에 두고 생각이 번잡스럽거나 미움이 차오를 때,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
먼길로 돌아갈까? / 게일 콜드웰
최은영 작가님이 북토크에서 추천해 주신 책이었다. 여자들 사이의 깊은 우정(일반적으로 남자들의 그것에 비해 폄하되기 쉬운),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한 이야기, 애도의 과정을 잘 보여주여서 이 책으로만 따로 글을 써볼까도 생각하다가 요즘 너무 바빠서 그냥 한 번에 묻어가기로. 책을 읽으면 제목의 의미가 다정하게 다가온다.
어쩌다 보니 요즘에 '애도와 상실'이라는 주제가 나의 단골이 되었다. 이 책도 도서관에 예약해 놓고 순번이 이제야 와서 읽게 되었는데 이게 다 인연의 끈이 연결된 게 아닌가 싶었다. 사람과 사람사이만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책에도 인연이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타임 셸터 /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읽어야만 해서 읽었던 책. 시작부터 이해가 안 가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으나 '빛이 이끄는 곳으로' 덕분에 극복하고 결국은 끝까지 읽은 책. 불가리아 작가라는 점과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구성은 이 책을 특별하게 하였지만,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후기를 보면 호불호가 있는 편인 것 같다. 내공이 더 쌓이면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설 연휴도 있었고, 임시공휴일과 31일까지 쭉 쉴 수 있었던 덕분에 1월에는 책을 제법 많이 읽었다.
이 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읽은 그림책 & 동화책, 읽다가 포기한 책, 아직 읽는 중인 책, 웹소설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빼고 일단 완독한 책들만 적어 보았다.
이 글을 보면서 한 번 읽어볼까? 솔깃했던 책이 있었으면 과감히 도전해 보시라! (그래도 타임 셸터는 좀...)
* 책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교보문고(https://www.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