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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책들

스텔라가 읽고 씀 - 2월

by 글쓰는 스텔라

2월에 내가 읽고 쓴 기록들. 지난달 글을 읽고 문우(文友)들이 책에서 좋았던 한 줄을 남기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주었다. 첫째로는 나의 게으름 때문에, 둘째로는 '나만의 한 문장'은 보편적이지 않아서 이번에도 생략했다. 독서 챌린지 앱에 나온 '나만의 한 줄'을 쭈욱 보다 보면 항상 나만 다르더라. 도대체 왜 그런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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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시작한 필사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보통은 아침에 '미라클모닝'을 겸하여 하지만, 주말이나 연휴의 경우 오후에 한 적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는 점! 몇 권은 1월에 읽은 책에 썼어야 하는데 필사리스트는 따로 관리하다 보니 깜빡하고 넘어가서 1월과 2월을 묶어서 써본다.

1월에 필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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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의 『시와 산책』

잔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일상 및 생각을 묘사하여 좋아하는 책이다. 소장하고 있고, 두껍지 않고, 좋아하는 책으로 시작해야 필사를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중하게 골랐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필사의 물꼬를 잘 터서 여태껏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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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윤의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이제 한번 '필사 전문'책을 해볼까 해서 골랐는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끝까지 다 필사하진 못했다. 반납 기일에 허덕이다 필사는 중지하고 책만 읽고 반납했다. 다양한 문장들이 수록되어 있고, 제본 방식도 마음에 들어 필사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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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마흔에는 고독을 받아쓰기로 했다』

여기에서 나온 책들은 읽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따로 목록을 작성해 두었다. '도장 깨기' 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읽어보리라. 그저 '고독'이라고 하기엔 주옥같은 문장들이 즐비하다. 이 책은 1월과 2월에 거쳐 필사를 끝냈다.


2월에 새로 시작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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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헤이의 『하루 한 장 마음챙김 긍정 확언 필사집』

365일에 맞춰 하루에 한 페이지씩 필사하게끔 구성되어 있어서 어떻게 보면 편할 수도. 하지만 그 두께가 주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여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책도 끝까지 다 못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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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4년 넘게 꾸준히 '필사스타그램(필사+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작가가 좋아하는 구절과 거기에 얽힌 사연, 글쓰기 팁까지 녹여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글 쓰는 스타일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라 더 좋았고. 필사는 작가가 소개한 책의 구절을 했지만, 작가 본인의 글도 좋아서 그것만 따로 필사해도 좋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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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환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독서기록앱에서 독서 챌린지를 하기에 겸사겸사 2월과 3월에 걸쳐 필사하고 있는 책이다. 필사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인데 책은 술술 읽혀서 필사와 독서의 속도가 어긋나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책들의 좋은 구절과 자신만의 경험을 다정하게 서술했다.


2월에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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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마흔에는 고독을 받아쓰기로 했다』에서 이 부분을 필사하던 때에 마침 도서관에 들렀고, '아니 에르노' 이름값에 홀려 빌려온 책. '유교걸'은 자신이 겪은 일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고 단언한 작가의 과감한 고백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하지만 그 ‘유교걸’ 마저도 공감을 안 할 수 없는 글이었다! 역시 '보통 인간'의 '평범한 열정'으로는 위대한 글을 쓸 수가 없다. 짧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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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성진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이건 누가 추천해 줬는데 역시나 기억이 안 난다. 이제는 누가 추천해 줬는지도 적어놔야겠다. 기대 없이 봤다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이 책만 따로 떼어서 리뷰를 작성하려 하였으나, 컨디션 난조로 인해 포기. 진정한 우정에는 국경도,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다.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가볼 생각도 없던 '베를린'이란 곳에 호감을 잔뜩 심어준 책. 챕터의 끝마다 일러스트와 함께 나오는 요리의 맛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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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수아 『작별들 순간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지난여름 당일치기로 방문했던 강릉의 어느 독립 서점 서가에서였다. 책 좀 읽어본 포스가 넘치는 주인장이 뽑은 '올해 최고의 책' 메모가 붙어있었다. 호기심에 펼쳐봤다가 그대로 잊혔다가 도서관 북 큐레이션 코너에서 보자마자 바로 대여를 했다. 역시 재야 고수의 추천 책다웠다. 나에게도 '베를린 서가의 주인(여기에도 베를린이 등장한다!)' 같은 지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질투하게 하는 문장이 한 두 구절이 아니라 필사도 하고 싶었으나 컨디션과 반납 기일의 압박으로 인해 포기. 기회가 되면 구매 후 재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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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이 책의 제목이자 유명한 몇몇 ‘센류(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를 인터넷 유머게시판에서 보고 포복절도한 적이 있다. 노인들만이 할 수 있는 '매운맛 유머'라서 더 유쾌한 책. 후속작인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의 발간 소식을 보고 생각나서 다시 읽었다. 엄마한테도 권해 드렸는데 무척 재미있어하셨다. 후속작도 지금 내 책상 한 귀퉁이에서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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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레데릭 페테르스 『푸른 알약』

에세이 모임에서 함께하는 문우가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이수연 저)』를 읽고 서평을 쓴 걸 보다 생각난 책.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애니메이션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는 나에게 맞춤인데 그에 비해 자주 읽는 편은 아니다. 그림과 짧은 글들이라 순식간에 읽히지만 거기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도 처음에 읽었을 때 엄청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다른 점이 보인다.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고, 그릇이 넓어진 덕분이겠지. 초판에서는 보지 못한 개정판의 후기도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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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독서기록앱에서 독서챌린지를 해서 읽게 된 책. '역시 이 정도는 해야 큰 기업의 총수가 되는구나.'를 느끼게 한다. 확실히 '강제성'과 함께 하니 읽게 된다. 이 책 보다 재미있는 책이 많았음에도 하루하루 미션을 수행해야 하니 이 책부터 읽었으니까. 자기 계발서가 늘 그렇듯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 살랑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나의 의지 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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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나토 가나에 『고백』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면 읽으려던 책 주위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같이 빌리기도 한다. 이렇게 고른 책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원하는 책만 예약하고 찾아가는 바람에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고백』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예약하려다 '이 책과 같이 대출한 도서' 리스트에 뜨기에 선택했는데 읽으면서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쳤다. 그래, 한때는 추리소설만 골라 읽던 적도 있었지. 미미 여사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책이 출판되는 속도와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속도가 현저히 차이가 나며 멈출 수밖에 없었지만. 브런치 작가님 중에도 꾸준히 추리소설 리뷰를 올려주시는 분도 있고 하니, 요즘 다시 추리소설을 시작해 보고픈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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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달빛 아래, 그리움의 밤) 빌린 김에 조금씩 아껴 읽어서 이제야 완독. '섬진강 시인'의 시는 따뜻하고 익살스럽다. 가벼우면서도 진중하다. 시인의 동시도 좋은 시가 참 많은데, 사랑 시만 모아놓으니 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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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다카노 가즈아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책이 원작인 영화는 되도록이면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편인데, 이 책은 예약 순번이 늦어 영화를 먼저 봤다. 역시나 책이 더 좋았다. 남자 주인공은 잘생긴 외모에 비해 연기가 어설펐고(아이돌이니 당연한 건가. 편견이라고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여자 주인공은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지만 둘의 연기합은 그다지... 책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단편 모음인데 영화로 만들어진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보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이 더 마음에 들어서 그 편만 두 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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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심윤서 『홈, 비터 홈』

드라마는 잘 안 보는 편인데, 이 책의 내용으로 방영 예정인 작품이 있다기에 호기심으로 골라본 책. 드라마는 볼 생각이 없어서 책과의 비교는 불가하겠지만, 두께에 비해 재밌게 잘 읽혀서 드라마로 만들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웹소설 같이 가벼운 느낌이지만 마냥 또 그렇지만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 음악가의 작품들이 나와서 작가와 괜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덕분에 오랜만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찾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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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정코(정리마켓) 『나를 돌보기 위해 정리를 시작합니다』

이 책도 독서기록앱에서 독서챌린지를 위한 책 목록 중 하나였다. 도서관에서 대여가 가능한 책 중 이것과 『왜 일하는 가』를 예약했는데 이 책이 더 늦게 오는 바람에 챌린지 도서가 되진 못했지만. '맥시멀 리스트'인 나는 의외로 정리에 관심이 많다. 많은 물건을 이고 지고 살려면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가 책에 소개한 정리 방법들이 나에게는 특별할 게 없었지만, 정리 초보라던가 정리에 관심이 많으나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다. 사진도 나와 있고,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나온 정리고수들의 내용을 QR코드로 정리해 놓아서 보기 편하다.

아, 물론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별개이므로 우리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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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존 쿳시 『폴란드인』

‘쇼팽과 상드의 사랑 이야기’와 비슷한 줄 알았지만 글쎄.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않나? 어쨌든 폴란드인과 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이긴 하다. 독특한 서술 방식과 가끔씩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문장은 역시 노벨문학상은 어쩌다 운 좋아서 받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어떻게 완성되는지, 어떻게 끝나는지. 누구도 명확히 정의 내릴 수는 없겠지만 이 한 문장에 그 절절한 마음이 녹아있다.

‘베-아-트리스. 나는 당신의 이름을 입술에 머금고 죽을 거요.’



2월에는 망할 놈의 반려질병 탓에 자주 누워 있었더니 날(日) 수에 비해 책을 많이 읽었다. 나도 정리하고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기운이 뻗쳐서 놀러 다녔다면 이 정도로 읽지는 못했을 듯하다. 역시 모든 일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물론 책도 그러하다. 나만의 좋은 책을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 책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교보문고(https://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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