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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23. 2021

에필로그_푸르른 흔들림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던 날, 푸른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알았을까. 내가 꿈꾸는 푸룻 푸룻 한 인생은 사실 흔들림 속에 있었다는 걸,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걸, 흔들림이야말로 생의 푸른빛을 위한 바탕이라는 것을.


지금 다니는 회사는 초록빛 한가운데에 있다. 녹지가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곳- 이곳에서 나는 꿈과 일에는 아름다운 면만 있다는 게 아니라는, 아주 당연하지만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혹은 알았지만 눈감고 싶었던 것들을 경험했다. 꿈을 찾지 못했을 때 내 세상은 회색빛이었기에 이제 막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초록빛을 잡아당기고 싶었다. 그렇게 내 눈과 마음속에 초록빛만 가득 담고 싶었다.


봄의 어느 ,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빛나는 연둣빛 잎을 보았다. 여림을 가득 담은  잎은 주변을 같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에도 지지 않는 강렬한 초록빛이 아닌, 봄햇살을 담뿍 머금고 주위와 함께 조화롭게 빛나는 여린 .  여린 잎의 연둣빛이 내게 다가왔다.


아직도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지금, 나는 섣불리 초록빛이 되고 싶었다. 자신의 쨍함을 뽐내는, 잎의 두께마저 두꺼운 그런 단단한 초록빛으로 나답게 빛나고 싶었다. 하지만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본 나는 여리디 여린 연둣빛이었다. 이제  겨울을 지난 봄을 닮은 연둣빛. 겨울을 이겨낸 강인함과 아직 설익은 여림을 간직한 연둣빛. 이런  안의 색을 인정하지 못하고 섣불리 다른 색이 되려 했다. 시간 속에서 다듬어지기보다는 바람이 흔들면 흔드는 대로 흔들리기를 택했다. 하지만  흔들림조차도 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에 푸르렀다는 것을 알았다.


흔들리는 나를 끌어올린 건 나였다. 그리고 다시 흔들리기를 선택했던 것도 나였다. 이젠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바라지만 혹여나 또 흔들리더라도 그 흔들림은 푸른빛이라는 것을 기억하고자 한다. 연둣빛의 나는 세상을 같은 빛으로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렇게 생의 푸른 흔들림 속에서 살아간다.


때때로 존재의 심연 속에 가라앉더라도 사실 인생은 찬란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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