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던 날, 푸른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알았을까. 내가 꿈꾸는 푸룻 푸룻 한 인생은 사실 흔들림 속에 있었다는 걸,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걸, 흔들림이야말로 생의 푸른빛을 위한 바탕이라는 것을.
지금 다니는 회사는 초록빛 한가운데에 있다. 녹지가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곳- 이곳에서 나는 꿈과 일에는 아름다운 면만 있다는 게 아니라는, 아주 당연하지만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혹은 알았지만 눈감고 싶었던 것들을 경험했다. 꿈을 찾지 못했을 때 내 세상은 회색빛이었기에 이제 막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초록빛을 잡아당기고 싶었다. 그렇게 내 눈과 마음속에 초록빛만 가득 담고 싶었다.
봄의 어느 날,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빛나는 연둣빛 잎을 보았다. 여림을 가득 담은 그 잎은 주변을 같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에도 지지 않는 강렬한 초록빛이 아닌, 봄햇살을 담뿍 머금고 주위와 함께 조화롭게 빛나는 여린 잎. 그 여린 잎의 연둣빛이 내게 다가왔다.
아직도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지금, 나는 섣불리 초록빛이 되고 싶었다. 자신의 쨍함을 뽐내는, 잎의 두께마저 두꺼운 그런 단단한 초록빛으로 나답게 빛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본 나는 여리디 여린 연둣빛이었다. 이제 막 겨울을 지난 봄을 닮은 연둣빛. 겨울을 이겨낸 강인함과 아직 설익은 여림을 간직한 연둣빛. 이런 내 안의 색을 인정하지 못하고 섣불리 다른 색이 되려 했다. 시간 속에서 다듬어지기보다는 바람이 흔들면 흔드는 대로 흔들리기를 택했다. 하지만 그 흔들림조차도 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에 푸르렀다는 것을 알았다.
흔들리는 나를 끌어올린 건 나였다. 그리고 다시 흔들리기를 선택했던 것도 나였다. 이젠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바라지만 혹여나 또 흔들리더라도 그 흔들림은 푸른빛이라는 것을 기억하고자 한다. 연둣빛의 나는 세상을 같은 빛으로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렇게 생의 푸른 흔들림 속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