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생긴 남친

2024년 4월 중순의 기록

by 외노자 인생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트 중인 AK 남과는 AK 가 토리노로 여행을 갔던 주말과 두바이 출장으로 2주간 런던으로 떠나있던 주말을 빼고는 매 주말 만나고 있다. 초반 3번 데이트까지는 데이트 마지막 때 우리 이번 주말에 다시 볼래? 하고 물어보며 계획을 세웠었는데,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이번 주말에도 AK를 보겠구나. 만나서 뭘 하지? 만날지 여부보다는 만나서 뭘 하고 먹을지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는 패턴이 잡혔다.


쑥스러움이 많고 경험이 적은 AK 맘을 백분 헤아린 내가 주도적으로 리드를 하고, 관계에 대해, 대화의 중요성과 애정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을 한 덕에 AK 는 금새 배워 이제는 리드도 잘 하고, 애정 표현도 잘 하고, 나를 점점 더 편하게 여겨 본인이 생각하는 바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든든한 데이트 남이 되었다.


이렇게만 보면 나만 잘한 것 같지만, 내가 퉁명스럽게 말하거나 투덜대도 웃으면서 잘 받아주고, 내 본 모습대로 편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고, 나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이 듬뿍 느껴질 수 있도록 일관되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행동해준 AK 덕도 크다.


그래서 2월 말부터 4월 셋째 주까지 총 9번의 주말 동안 데이트를 마친 후 남친과 여친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사실 부담스러워할까봐 우리 무슨 사이야? 란 질문은 몇 주간 더 본 후에 하려고 했는데, 이미 AK는 날 여친이라도 된 듯 미래 계획에 전부 날 포함시키고 있어서 데이트 녀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올해 런던에 집을 사려고 하는데, 이 지역에 살까 생각 중이야. 니 생각은 어때? 그 지역 가봤어? 살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일 때문에 캠브리지로 이사가고 싶으면 나도 같이 갈까 하는데 어때?


올해 출장은 이 달에 여기로 갈 예정이고, 인도 집은 이 달에 갈 예정이야. 6월은 네 생일이 있으니까 중순에 일정은 미리 빼놓았어.


지난 주에 두바이에서 일찍 돌아오기로 했던 계획이 여러 일이 생기면서 차질이 생겨 계속 지연됐는데 그럴 때마다 바로 업데이트를 해주면서 빨리 돌아오지 못해 미안해했다. 며칠 후 출국 날에는 오버 부킹 사태가 발생해서 못올 뻔 했는데 겨우 해결하고, 기존에는 다른 나라를 거쳐서 스탑오버하며 짧게 여행을 했었는데 일요일에 같이 보내려고 직항으로 서둘러 돌아오고, 와서 잠깐 쉬고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가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마음에 확신이 들었다.


6월에 내 생일을 끼고 그리스로 여행을 함께 계획 중이고, 그 뒤로도 피요르드 크루즈 여행 등도 얘기 중이라 둘다 여행 계획에 자연히 서로를 포함해서 계획 중에 있다.


그래서 물어봤다. (자고로 고백은 상대도 좋아한다는 마음이 있을 때 하는 것)

나: 6월 초에 친구들 불러서 공원에서 간단하게 생일파티 할 생각인데, 친구들한테 너를 어떻게 소개시켰으면 좋겠어? 데이트하는 남자?


AK: 난 이미 내 친구들한테 너를 여친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내 직장 동료들도 그렇게 알고 있구. 니가 데이트 남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서 재촉하고 싶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 그래? 난 너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말 안꺼냈던 건데. 그럼 우리 오늘부터 커플이다!


이리하여 데이트 남 AK은 이제 남친이 되었습니다. ㅎ

웨이트 운동하는 거 좋아해서 앞으로 머슬란이라고 부르려구요. AK 고향인 께랄라에서는 어떤 사람 뒤에 + an 을 붙여서 어떠한 사람이라고 한다네요. 그래서 운동 좋아하고 근육 부자남을 머슬란이라고 한다구.


영국 생활 첫 해에 사겼던 영국 남친과 헤어진 후 정말 많은 똥차같은 데이트남을 포함해 여러 국적, 캐릭터, 직업, 성격의 남들을 1번에서 6개월까지 만났다. 맘에 드는 사람 찾기도 힘들고, 맘에 든 사람이 날 좋아하는 일도 힘들었는데, 7년만에 맘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 걸 서로 확인하게 됐을 때 그 심정이란. ㅠㅠ



SE-1d35e858-c79c-4ea7-82d7-dab2f54fe775.jpg 그리니치 공원 벚꽃 길에서



참고로 우리 무슨 사이야?는 여자만 남자에게 물어보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선 본인부터가 남친이 필요해서 이 남자와 빨리 관계를 정립시키고 싶은게 아닌지 생각해보고.

먼저 본인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남자와 함께 있을 때 본인의 감정과 모습 등을 찬찬히 보고 생각한 후에 정리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찼으니, 결혼이 급하니, 빨리 빨리 진도 빼려고 서두르는 여자들이 간혹 있는데,


결국은 언제가 아니라 누구와가 중요하니, 나이 압박에 너무 본인을 갇아놓고 재촉하지 않았으면.


알아요. 말은 쉽지요. ㅠㅠ


내 과거를 봐도 주변을 봐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본인 자신이 만든 압박, 사회적 압박, 가족과 지인들에게 받는 압박이 가장 큰 시기인 것 같아요. 나도 그 시기 거쳐와봐서 얼마나 초조하고 막막한지 알지요. ㅠㅠ 그래도 뭐가 중헌지 생각해보고 심지 굳게 본인이 믿는 바를 잘 지켜내며 마음 가볍게 살기를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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