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를 하다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이틀 전, 학원 입문수업에서 이지볼텍스라는 동작을 배웠다.
이지볼텍스가 무엇인가. 먼저 오른 오금을 폴에 걸고, 오른쪽 팔과 왼쪽 팔을 길게 뻗어 폴을 잡은 후 오른쪽 팔만 풀어 폴 사이로 어깨를 쑥 넣고, 엘보를 폴에 걸어 왼쪽 손과 오른쪽 손을 깍지 끼며 팔꿈치를 뒤로 젖혀 가슴을 쫙 펼치며 내미는 동작이다. 한마디로 오른 오금으로 걸고 가슴과 등의 힘으로 버티는 동작이다. 그런데 이걸 배우다가 몸에 문제가 생겼다.(참, 보통 사진을 첨부하는데 이지볼텍스 동작에 실패했으므로 오늘은 사진이 없다.)
문제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가슴과 등의 힘으로 버텨야 하는 동작인데, 최근 잦은 연습으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던 터라 가슴을 활짝 펼치지 못한 채 웅크리고 버티다 어깨에 무리가 가버린 것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깨에서 우두둑-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현실감이 없어 웃음이 픽픽 나왔다. 그 후 두세 번 더 시도하다 어깨가 아파서 결국 중단했고, 집에 와도 통증이 나아지지를 않았다. 파스를 붙이고 잤는데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더 아파서, 그제야 아무래도 염려가 되어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오늘 간 병원은 충격파치료와 재생주사치료가 가능한 정형외과로, 5년 전 러닝에 미쳐서 2주에 한번씩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날마다 8km씩 뛰다 왼쪽 무릎 관절이 나가서 체외충격파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그때 나를 치료해주셨던 선생님, 물리치료사 선생님 모두 여전히 그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셨고 오늘 그분들에게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어젯밤엔 혹여나 병원에 갔는데 크게 다쳤으니 당분간 폴댄스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의사 선생님 입에서 나올 까봐 무서웠다. 과거 무릎에 이상이 생겨서 러닝을 아예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그런 건 아닐까 싶어 실은 애초에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꺼려졌다. 그런 나에게 연습실 사장님은 미루지 말고 아플 때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고, 나는 사장님의 조언을 듣고 오늘 부리나케 병원에 갔던 것이다. 다행히 인대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초음파 검사결과 오른쪽 어깨 앞쪽 회전근에 석회화가 조금 진행된 부분이 있어서 그것이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근육조직과 충돌을 일으켜 어깨에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라 했다. 선생님은 그래도 이 정도면 운동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하는 것이 회복에 좋고, 다만 당분간 팔을 많이 드는 운동보다는 팔과 허리 사이의 간격을 좁게 만들어서 가동범위를 많이 쓰지 않는 운동 위주로 하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좋아질 거라 하셨다. 다행히도, 폴을 타지 말라는 말은 없었다! 야호! 난 일단 1차로 안심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이동했다.
치료실에서 체외충격파치료와 전기치료를 받았다. 체외충격파치료를 받을 때면 꼭 환부의 중력이 기계 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 체내조직들이 마구 엉켜있다가 질서를 찾아 바삐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그게 아프면서도 꽤나 짜릿하고 시원해서, 나는 그 느낌을 꽤 즐기는 편이다. 게다가 이 치료법은 효과가 굉장히 좋다. 예전에 손목과 무릎이 아플 때도 오늘 갔던 병원에서 체외충격파치료를 몇 번 받고 통증이 말끔히 나았고, 오늘도 어깨 환부를 치료한 후 움직여보니 확실히 어깨가 치료 전보다는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이번 주에 두 번 더 가서 치료 받기로 했는데, 그러고 나면 확실히 더 많이 좋아지겠지.
폴댄스를 하다 어깨를 다치는 경우가 참 많은가 보다. 유튜브 검색을 해봐도 비슷한 사례가 있고, 연습실 사장님도 나와 같은 이유로 병원에 자주 갔었고 그때마다 병원에서 한 이야기도 오늘 내가 들은 이야기와 똑같았다고 하니까. 사장님은 그동안 어깨 문제로 고생을 하며 가장 많이 도움이 된 것이 등운동이었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나는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조언대로 어깨와 가슴 위쪽, 팔을 마사지볼로 자주 골고루 마사지하고, 연습실 사장님의 조언대로 렛풀다운과 같은 등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앞으로 더욱 건강한 몸으로 폴댄스를 하려고 한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신체가 자동차와 다를 게 없다. 신체를 가진 인간이 만든 기계가 자동차여서 그런건지, 몸도 자동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낡고 해진다. 기름칠하고 녹슬지 않게 관리하며 오래오래 잘 써줘도 때 되면 결국 수명을 다하고 죽는다. 그렇지만 닳을까 봐 쓰지 않으면 아예 퇴행해서 일찍이 그 기능을 상실한다. 가장 좋은 건 적당히 관리 잘하면서 오래오래 쓰는 것이기야 하겠으나... 나는 그냥 하고 싶은 운동 전부 다 하면서 잘 쓰다 갈래요.
한 지인분은 내 얘기를 듣더니 어깨 다치고 몸 아프고, 그렇게 힘든 운동을 나이 먹고 뭐 하려 하냐셨다. 뭐... 나를 생각해서 해준 이야기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이해는 되나, 폴을 정말 하고 싶은 내 마음은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폴을 하다 다치는 건 아니다. 나는 미숙했던 탓도 있고... 무엇보다도 폴을 5년, 10년 안전하게 잘 타면서 강사일을 하는 분들도 계시니 그분들처럼 잘 관리하며 탈 수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폴을 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폴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 무모한 연습은 어깨에 무리를 주니까, 그 점도 꼭 유의해서 적당히 연습할 것!
어차피 낡고 해져 사라질 몸이라면 수명이 남아있는 한 원하는 대로 잘 쓰고 싶다. 60대에 아이샤를 하면서 폴프로필을 찍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폴링을 하면서 늙어가는 내 모습은 정말 멋질 것 같다. 실은 폴을 타다가 통증을 느끼고 그것을 잘 관리하는 것 또한 내 몸이 폴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부라 생각하기에 나는 그것이 두렵지도, 싫지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