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잘 안 돼도, 하다 보면 되게 마련
2022년 11월 9일, 처음으로 폴댄스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했고, 그다음 주에 학원에 입문수업 수강전용권을 20회 횟수제로 등록해서 매주 2회~3회 수업을 나가고 입문 수업이 없는 날 혹은 수업이 끝난 후엔 연습실에 가서 배운 기술을 복습했다. 그러면서 지난 두 달간 유연성과 힘을 기르고, 첫 수업 때 잘 안되던 동작들을 하나씩 성공해 나갔다.
내가 현재 다니는 학원은 '폴댄스 학원'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전국에 가장 지점이 많은 바로 그곳이다. 입문 수업은 난이도에 따라 1,2,3으로 나뉘는데 3이 가장 어려운 수업으로 학원에서는 초반 10회는 입문 1,2를 듣고 이후 10회를 입문 3을 듣는 것을 추천해 줬었다. 그러나 일정에 맞춰서 가능한 시간에 수업을 듣다 보니 수업 3회 차에 입문 3에 들어가기도 하고, 수업 10회 차에 입문 2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수업 시간을 헷갈려서 날려버린 1회를 제외하고, 현재는 총 15회 차를 듣고 다음 주까지 나머지 수강권을 모두 소진할 계획이다.
입문수업 때는 초급, 중급수업에서 더욱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쓰기 위한 기본기술들을 배운다. 그래서 입문수업 때 배운 것들을 제대로 익혀두지 않으면 다음 난이도의 수업은 당연히 따라가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15회의 입문수업을 들으면서 배웠던 기술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복습차원에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수업 때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다 다루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몇 개만 골랐고.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난이도를 체크했다. 별이 적을수록 난이도가 낮고, 별이 많을수록 높은 것인데 앞서 말했듯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고 각자 느끼는 기술의 난이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1. 폴싯(★★☆☆☆)
싯. Seat. 앉다. 한마디로, 폴에 앉는 기술이다. 사실 허공에서 앉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건 한마디로 폴에 내 몸을 의지하고 허공에서 앉아있는 듯한 자세로 버티는 동작이다. 폴싯에서 가장 힘을 많이 줘야 하는 곳은 허벅지 안쪽이다. 즉, 폴싯은 허벅지 안쪽으로 폴을 꽉 쥐고 버티는 동작이다. 이때 어느 정도로 힘이 들어가야 하냐면 두 팔을 폴에서 떼고 만세를 해도 허벅지 안쪽의 힘 만으로 버틸 수 있을 만큼 꽉 쥐고 있어야 한다(라고 내가 다니는 연습실 사장님께서 가르쳐주심). 이 동작을 처음 배우게 되면 허벅지 안쪽에 멍이 많이 든다. 나는 처음에 이 동작을 했을 때 허벅지 안쪽에 멍이 크게 들었을 뿐 아니라, 혹이 난 것처럼 퉁퉁 붓기도 했었다.
폴싯을 처음 하면 다리를 쭉 뻗고 팔을 하나씩 폴에서 떼고 다리를 사진처럼 꼬거나 접어서 손을 그 위에 사뿐히 포개는 스완 자세를 배운다. 그다음 우측 위에 사진처럼 다리를 포개고, 우측으로 머리와 가슴을 최대한 내밀면서 오른쪽 손으로 발목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해마 자세를 배우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이 해마 자세가 잘 안 됐었고 지금도 잘 안된다. 어깨가 워낙 뻣뻣해서 어깨에 신경 쓰다 보면 다리가 풀려버리고, 다리에 신경 쓰다 보면 어깨가 앞으로 잘 안 나가서 겨우 완성하더라도 폴이 구동력을 잃고 회전하지 않는 바람에 정지모드가 되어버리고는 한다. 아무튼 이렇게 폴에서 앉는 자세만 똑바로, 제대로 하더라도 이후 폴싯에서 파생된 기술들의 성공률이 높아지며, 사실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꽤 예쁜 자세가 나오기 때문에 허벅지 사이의 고통만 참는다면 꽤 가성비가 높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진에는 없지만 P포즈라 불리는, 폴프로필을 찍을 때 대부분 한 번씩은 꼭 취하는 그 자세도 폴싯에서 파생된 대표적인 동작이다.
2. 클라임(★★★☆☆)
클라임. Climb. 폴을 타고 올라가는 기술이다. 입문수업에서 배우는 것들 중 대부분은 클라임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지만, 이후 수업 난이도가 높아지면 예를 들어서 폴 위에서 거꾸로 매달리는 인버트 등의 동작을 할 때 클라임은 필수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동작이다. 클라임을 할 때는 무릎사이에 힘을 줘서 올라가야 하는데, 앉은 상태에서 손가락 세 마디가 나올 정도의 간격을 남겨두고 무릎 사이에 폴을 끼운 채 몸을 일으켜야 하므로 코어 힘과 하체 힘이 정말 많이 요구된다. 이 자세를 처음 하게 되면 앞서 3화에서 다루었듯, 무릎사이에 크고 짙은 멍이 생길 수 있다.
사진처럼 앉은 상태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클라임인데, 처음에 이 기술을 할 때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무릎이 너무 앞으로 많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무릎이 앞으로 빠져버리게 되면 몸이 균형을 잃어버려서 결국 클라임은 하나마나가 된다. 처음 할 때 나도 무릎이 계속 빠져버려서, 이후 무릎 사이에 힘을 주고 폴을 바짝 조이는 클라임 연습을 하다 보니 지금은 원 클라임, 투 클라임도 곧잘 한다. 하지만 지금도 여유롭게 올라가진 못하고 팔에 힘이 빠질까 봐 허겁지겁 올라가서 다음 동작을 하기에 급급하다. 차근차근 연습하면서 힘을 더 기르고, 콤보를 완성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기면 그때는 좀 더 여유롭게 미소를 머금고 올라갈 수도 있게 되겠지.
3. 팅커벨(★★★☆☆)
이 글에서 마지막으로 팅커벨을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무릎 뒤, 즉 오금을 쓰는 기본 동작이기 때문이다. 폴을 탈 때 오금으로 폴을 거는 동작이 정말 많은데, 팅커벨은 그러한 동작들 중 가장 처음으로 배우는 기술이다.
먼저 폴에서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한쪽 무릎을 골반높이까지 들어 올린 후 폴에 오금을 걸어 꽉 잠가준다. 이때 폴을 쥔 오금에 힘을 꽉 주고 살짝 비틀어서 떨어지지 않도록 잠가주는 것이 포인트. 그다음 반대쪽 다리의 정강이를 그 아래쪽에 대고 누르면서 폴을 쥔 손 반대손을 떼면 자세가 완성된다. 누군가는 이 동작을 정말 쉽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이 동작이 정말 어려웠다. 이유는 통증 때문이었다. 나는 피부가 건조하고 예민한 편인데, 꽉 쥔 오금이 피부 마찰 때문에 쓸려서 쓰라렸다. 하지만 이건 지금생각해 보면... 바디젤을 충분히 발라 흡수시키지 않은 탓이 컸다. 그러니 꼭 바디젤 잘 발라서 흡수시키고 팅커벨 하자. 두 번째 이유는 종아리 근육 때문이다. 처음 이 동작을 할 때 종아리를 충분히 풀어주지 않아 단단하게 뭉친 상태로 폴을 탔는데 그 뭉친 근육을 쇳덩이로 꾹 누르기까지 하니... 그 고통이 상상을 초월해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근육이 많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폴을 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 예로 나의 지인 중 PT만 3년을 받고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서 큰 상을 받기도 했던, 몸매가 정말 아름다운 여성분이 있다. 그분이 몇 달 전 원데이로 폴을 타봤는데, 폴을 잡고 버티는 것까지는 가능했는데 근육이 너무 커서 어깨를 빼는 동작에 혼자서 실패했고 그 뒤로 다시는 폴을 안 한다고 했다. 그분도 물론 폴에 맞는 몸을 만드는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어떤 동작이건 가능하겠지만, 폴에 그 정도 흥미는 없고 헬스를 하는 지금이 좋다고 하셨다. 아무튼 수업 때 팅커벨에 실패한 후 연습실에서 몇 번 연습을 하고, 감사하게도 연습실 사장님의 티칭을 받으며 성공할 수 있었고, 바디젤을 잘 발라주고 하체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충분히 풀고 동작을 하다 보니 통증도 처음보다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폴을 하면서 나는 '하다 보면 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뻔한 말이며 그러하기에 만사에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겠으나, 과거의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쉽게 포기해버린 적이 있지 않았던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다 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폴을 하며 안되더라도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는 나중에 죽을 때가 되어서 따져봐도 늦지 않다. 그냥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을 마음껏 즐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싶다. 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로 그렇게 할 테다. 결국 모든 건 처음엔 잘 안 돼도, 하다 보면 전부 다 되게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