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m Sep 04. 2024

#틴더 03

틴더이야기


"아 씨... 알았다고." 윤수는 전화를 거칠게 끊었다. 전처와의 짧은 대화는 또다시 쓸모없는 다툼으로 끝났다. 매번 반복되는 싸움에 윤수는 지쳐있었다.


이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전처와의 연락은 끊이지 않았다. 아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매번 반복되는 이 싸움에 윤수는 지쳐있었다. 이혼 후에도 윤수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솔로였지만, 여전히 전처와의 끝나지 않은 갈등과 책임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그는 결혼 생활의 잔재에 묶여 있었지만, 법적 솔로라는 자신의 신분을 상기하며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도피처는 틴더였다.


윤수는 매너 있고 친절한 남자로 여자들에게 접근했다. 잘생긴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 덕분에 많은 여자들은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친절한 모습 이면엔 어두운 본성이 숨어있었다. 그는 내면에 깃든 폭력적인 성향을 발산할 만만한 상대를 틴더에서 찾았다.


여자들은 윤수의 겉모습만 보고 속아 넘어갔고, 그가 가진 어두운 면모는 전혀 알지 못한 채 모텔로 향했다. 이윽고 드러난 그의 거칠고 폭력적인 행동에 여자들은 당황하고 두려워했지만, 그때는 이미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윤수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에 도취되었다.


그러나 그런 관계가 끝날 때면 매번 윤수는 공허함에 빠졌다. 쾌락은 순간이었고, 허무함은 그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여자들을 함부로 대할수록 그는 더욱 깊은 공허함에 빠졌고, 공허함을 잊기 위해 다시 틴더를 켰다. 수렁 속에 빠져들어가는 그를 매번 구해주는 건 아들의 목소리였다. "아빠 뭐 해? 아빠 보고 싶어." 걸려온 전화 너머 아들의 목소리는 그에게 위안을 주었다.


윤수는 아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잠시나마 흐뭇함을 느꼈다. 아빠로서의 역할은 그에게 커다란 자부심을 주었다. 아들에게는 좋은 아빠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삶의 의미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아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에 다시 힘을 얻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윤수는 또다시 틴더를 열었다. 법적으로 솔로라는 사실에 기대어 언제든지 새로운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에게 사랑받는 아빠이고, 동시에 아무 여자와도 함부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이 허무한 사이클에서 윤수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틴더에서 또 다른 여자를 찾으며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그의 삶은 계속해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또 한 번, 그는 허무한 밤을 맞이했다.

작가의 이전글 #틴더 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