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한 달째 밥을 서서 먹고 있다.
주방에 아일랜드 식탁이 있어서 높은 의자만 사면 된다. 새 제품을 구매해도 몇 만원, 당근에서 중고로 찾아봐도 1~2만원이면 충분히 깨끗한 의자를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참아보며 가볍게 살아보기로 했다.
처음 자취할 때는 입주날에 맞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되도록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부족한 것은 최대한 빨리 살 수 있도록 틈만 나면 쿠팡, 오늘의 집, 당근을 샅샅이 뒤졌다. 몇 시간 동안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니 눈이 뻐근하고 슬슬 스트레스가 쌓였다. 빨리 집에 물건들을 채워넣어야하는 강박 아닌 강박 같았다. 취업을 한 후 첫 독립이라는 부푼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방 두 개에 거실도 넓은 좋은 집이었기에 모델하우스 꾸미듯 작은 인테리어 소품에서 가구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였다.
갖은 노력 끝에 집을 채웠는데... 막상 살다 보니 굳이 안 사도 됐던 물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하나씩 눈에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돈이 아까웠고 내가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사는 것 같았다. 집은 하루만 안 치워도 금방 먼지가 쌓이는데 그 먼지가 쌓인 물건들이 늘어날수록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밥을 서서 먹으니 여러 장점이 있다. 자세가 불편하니 자연스레 식사를 천천히 하게 된다. 그리고 허리를 곧게 펴고 먹어서인지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편하다. 의자가 없으니 주방과 거실도 더욱 넓어 보인다. 극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불편함을 자발적으로 기꺼이 견딜 줄 아는 스스로의 모습에 느껴지는 뿌듯함은 덤이다.
소파 옆 작은 협탁, 전기 주전자, 커튼 등 필요한 물건이 몇 가지 있다. 하지만 작은 협탁 대신 쟁반을 사용하고, 전기 주전자 대신 작은 냄비에 물을 끓이고, 커튼 대신 수면 안대를 쓰고 잔다. 불편함을 견디는 작은 지혜와 절약을 배워가며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