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saytowin May 28. 2019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6/7)

논술 시험 준비를 돕는 책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논점과 대안


내 아내는 나의 가장 탁월한 조언자이다. 왜냐하면 아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수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가 나에게 해 준 조언의 대부분은 옳다. 아내는 나의 글을 보고 평가하기를, 다른 사람의 책을 비평하는 가운데에 나의 감정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정이 섞이면 객관적인 논의와 거리가 생긴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아내에게 다른 사람의 논의를 비평하는 일은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5"에서 마무리했으니, 이제는 감정이 담긴 비평은 조심스럽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을 7가지 글로 계획을 했다.

1에서는 문제의식을, 2~5에서는 출간된 책을 중심으로 논평을 했다. 나머지 6과 7에서는 논점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논점

논점은 3가지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3번째 논점에서 찾을 수 있는데, 논점 3 때문에 논점 1번과 2번의 문제가 나타난 것처럼 생각된다. 논점 1과 2를 논의한 다음에, 논점 3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논점 3번은 다음의 글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7"에서 심도 있는 논의로 진행하려고 한다.


1. 학생에게 너무 쉬운 방법만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2.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접근을 너무 쉽게 허용한 것이 아닌가?

3. 검증된 이론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논점 1

- 학생에게 너무 쉬운 방법만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대입 논술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학생에게 부담이 된다. 왜냐하면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다른 학생보다 한 가지를 더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몇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논술 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수능과 내신과 학생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학에서 논술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에게 요구하는 부분인데, 수능의 최저를 맞추지 못하거나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내신과 학생부를 소홀히 여기면 논술 전형으로 합격하는 것은 어렵다.


교사의 역할

학생에게 부담이 되는 부분을 미리 알고 덜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그렇지만 교사는 학생의 편의를 위해서 부담을 덜어주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학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점은 때로는 학생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학생과 함께 어려운 지점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교사가 짊어져야 하는 책무이다.  



스탠 비첨은 『엘리트 마인드』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뭔가를 이룬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개인의 성과라는 건 없다. 위대해지려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나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책들에서 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당신은 할 수 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논점 1의 논의는 이런 맥락에서 시작된 이야기인 듯싶다. 무엇 때문일까? 학교에서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일까? 아니면 혼자서 준비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또는 정확한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어찌 되었든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쉬운 이야기를 먼저 건네는 것으로 시작한다.


왜 학생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까?

"마음이 초조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단기로 준비하는 것은 고려해야 합니다"

유도는 태권도와 달리 관장에게 부여된 권한이 많다. 태권도는 초단을 따기 위해서 국기원에 가야 하지만, 유도는 그렇지 않다. 관장의 권한으로 초단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중학교 때였는데, 아마도 연말 즈음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때에는 고등학교 3학년들이 유도를 속성으로 익히고 대학에 진학하려고 유도 도장에 온다. 원래는 유도를 시작하면 낙법만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익히는데, 연말에 오는 사람들은 이틀이나 삼일 안에 낙법을 다 끝낸다. 그다음에 손기술 허리기술 다리기술을 익힌다. 며칠이 지나면 도복에 검은 띠를 두르고 땀을 흘린다.


결과가 어떠했든, 나는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여긴다. 학생의 필요한 부분을 충족해주는 것은 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달콤한 방법으로 수업 시간을 보내는 것은 조금 고려해야 한다.


대신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떤 시험도, 정확한 방법으로 꾸준히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익힌 훈련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연습을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엘리트 마인드』의 저자는 스포츠 심리학자로서 엘리트 선수들의 모습을 살핀다. 그는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신체적 재능보다 규칙적인 훈련과 절제, 시합에 대한 높은 이해, 감독의 지도를 흡수하는 능력, 개선에 대한 열망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다. 교사는 수업을 학생과의 공동의 프로젝트로 여기고 애를 써야 한다. 그리고 함께 짊어지는 부담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 지속적인 부담을 함께 느껴야 한다.



논점 2

-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접근을 너무 쉽게 허용한 것이 아닌가?

나는 왜 다른 업종의 사람들이, 그러니까 대입 논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경험이 부재한 사람들이, 대입 논술에 대한 글을 쓰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유시민 씨는 논술 시험에는 "학원도 교사도 필요 없다"라고 말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추측인데(나의 개인적인 추측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글"이라는 단어가 모든 "글"을 포함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출판사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대입 논술에 대한 글을 쓰고, 정치가였던 사람이 대입 논술에 대한 글을 쓰며, 기자인 사람이 대입 논술에 대한 글을 쓴다. 감정이 다시 마구 치솟는다. 다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억제하고 정리를 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다. 어찌 되었든 글을 많이 다루는 사람들인데, 이점이 그 사람들을 대입 논술의 전문가로 여기게 만든 것 같다(이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지위가 다른 분야의 지위로 평행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고 믿는 것 같다).


대입 논술 전문가의 필요조건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나는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은데, 필요조건에 '논리적 사고'를 넣고 싶다. 논리적 사고에 의하면 같은 단어도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서 달리 사용된다. 그러니까 활자만 보면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 채워져 있는 알맹이는 다를 수 있다.

  


논점 3

- 검증된 이론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논점 3은 논점 2에서 이어진다. 대입 논술에 대해서 비전문가들이 전문가처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직도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가장 좋은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득한다.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은 정확한지,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로 가는 방법은 검증된 것인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이성은 단편적인 사건들을 일반화해서 고정된 시각을 가지는 것은 재고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감정은 어색한 감정이 들었을 때에 그것이 상황과 맥락에 맞는 적절한 표현인지 이성에게 묻는다. 앞에서 논평한 책들에서 논의되었던 이야기들을 듣고 감정의 끌림을 느꼈다면, 그 감정의 끌림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므로 검증된 이론이 있으면 이러한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준점은 오류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것이 경험적으로 검증된 방법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철학적인 방법론에 의해서 검증된 방법인가'이다. 이 논의는 다음의 이야기(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7)에서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더 좋은 방법과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나는 2009년부터 글쓰기와 토론을 가르쳐왔고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경력으로 이야기하자면 겨우 11년 차 밖에 되지 않는다. 애송이다. 나보다 뛰어난 선생님들이 많고, 나는 그분들이 해 준 이야기들을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긴다. 그리고 여전히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현재까지 이루어놓은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확정 짓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가장 잘해오고 있다고 여긴 것도 돌이켜보면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더 좋은 방향과 방법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붙잡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붙잡은 것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5/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