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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ytowin May 29. 2019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 (7/7)

논술 시험 준비를 돕는 책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대입 논술 시험 준비를 위한 대안





"텔레마코스야! 네 사랑하는 아버지가 눈앞에 와 있는데도

지나치게 이상히 여기거나 놀라는 것은 옳지 못한 짓이다.

앞으로 다른 오뒷세우스는 이리로 오지 않을 것이다.

네가 보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만에 고향땅에 돌아온 것이다.

이것은 전리품을 안겨주시는 아테나의 작품이니라."

- 『오뒷세이아』(천병희 역)



앞에서는 구성주의 교육학과 자기 주도 학습법에 의해서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글을 비판하고 어떠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 다루었다. 이번 글은 "대입 논술에 관한 고찰"의 마지막 글이 되는데, 여기서는 검증된 이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과외 사이트의 게시판

앞에서 대입 논술에 관한 책을 출간한 저자들은 대입 논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일관된 주장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대입 논술이란 자신의 주장을 쓰는 시험이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글쓰기라고 말했다. 나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그와 같은 주장은 조금 더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논술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터넷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과외와 관련된 사이트에서는 게시판이나 멘토링 하는 부분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합격한 학생들이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나와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달아주기도 한다. 게시판에는 내가 앞의 글에서 살펴본 것과 비슷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오고 간다.


내가 제일 흥미롭게 여기는 부분은 논술 우수자로 합격한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그들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준다. 어떤 학원에 가면 어떤 부분이 좋고 그리고 자신이 준비하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 부분을 적용했더니 합격을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합격한 경험을 이야기한 부분을 읽고 있으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이 느껴진다.


좋다. 내가 궁금한 것은 '합격을 한 학생이 어떤 답안을 작성했을까?'이다. 합격생들은 또는 강사들은 "자신의 주장을 쓰고 창의적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랬을까? 정말 모범답안과는 거리가 있는 '자기만의 주장'을 담아 답안을 작성했을까? 나는 그것이 정말로 궁금하다.


내가 궁금한 이유는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자신은 자신의 주장을 담아서 창의적인 답안을 작성했다고 믿었을 테지만(창의적인 답안에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종종 있다. 그런데 채점표에 의하면 전체 답안에서 5점을 넘지 않는 대학이 대부분이다. 창의적인 답안에 결정적인 부분을 담아낸다는 것은 전략상으로 위험하다), 그 답안은 모범답안과 비슷한 답안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고? 학교에서는 모범답안을 만들고, 모범답안과 비슷한 답안에 높은 점수를 부여할 테니까.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에 대한 해제를 보라. 거기에 채점 항목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대입 논술이 자신의 주장을 쓰는 시험이라고 배워서 시험을 준비했겠지만, 정작 시험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답안에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범답안과 비슷한 답안을 작성했지만,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문장이나 맥락이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자신의 주장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건 주장이 아니다. 그리고 대입 논술 시험에서는 '자신만'의 주장과 근거로 된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2. 대입 논술은 어떤 이론이 필요할까?

구성주의 교육학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92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구성주의에 바탕을 둔 자기 주도 학습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이론을 탐구하고 적용하는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교육의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을 재교육하는 일은 생각보다 탄력적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성주의 교육학은 전통적인 교육과 대비된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객관적인 지식의 전달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여기지만, "구성주의에서는 지식의 구성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특정 텍스트 유형의 학습발달 과정연구, 읽기과정에서의 추론연구, 담화처리과정에 끼치는 과제의 영향연구, 담화의 산출과 이해에서의 협력적구성과정연구 등이 이루어"진다(KCI 등재, 서진원). 구성주의 교육학 이론은 "교육의 관심은 지식이며 학생들에게 어떻게 지식을 가지게 할 것인가를 교육은 과제로 삼고 있다. 구성주의는 학습이론으로서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한다는 이론"(KCI 등재, 서진원)이다.


지식은 수용자에 의해서 다른 모습으로 변모되며, 그것이 설득력을 갖출 수 있게 노력하는 것도 지식의 수용자의 몫이다. 이점이 매력적인 부분인데, 왜냐하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전개되는 사회 발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구성주의 교육학이 도움이 될 테니까.


이 점이 대입 논술과 상충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대입 논술은 자신의 주장을 쓰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90분 또는 120분 동안에 자신의 주장을 쓴다는 것은 무리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독서와 토론이 있어야 가능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정규과정에서는 그러한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론 특수한 환경의 학교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 1인당 담당해야 하는 학생의 숫자가 아주 적은 경우의 학교), 자신의 주장을 쓴다는 것은 어렵다. 대학 입학처에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길고 긴 제시문과 정말 이보다 더 구체적일 수 없을 정도의 자세하게 풀어놓은 문제를 출제한다. 왜? 채점하기 쉽게 하려고.



3. 철학적 해석학을 강조하는 이유

내가 철학적 해석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철학적 해석학이 제시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 객관적인 지표를 마련할 수 있게 돕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대입 논술은 제시문이 엄청 긴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긴 지문을 120분 안에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다. 제시문이 길면 길수록 채점자는 채점을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학생은 주어진 자료를 자신의 언어로 옮겨 적어야 하는데, 학생이 제시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지 정확하게 찾아오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4. 자신의 주장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가?   

글쓰기는 욕망을 드러내는 도구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나의 욕망이 나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각은 새벽 3시였다. 둘째가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해서 잠에서 깼는데, 나는 몽롱한 상태였다. 기저귀를 갈아줬으니 잠을 다시 자야 하는 것이 맞는데,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그런 경험이 있을까?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스스로를 몰아가고, 쓰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며, 쓰고 또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있을까? 자기주장을 이야기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학생이 왜 대학을 진학하겠는가? 그런 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미 스타다. 지금 시대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예를 들어, 웹툰 이라든지 웹소설 등으로 얼마든지 출간 제의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대학 진학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만약에 그 정도로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학 진학하는 것을 고려해야 된다.



바버라 베이그는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자신만의 글쓰기를 위한 과정으로 "내부 모으기 훈련"을 시도하라고 말한다. 이 훈련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서 쓸거리를 찾고 퍼오는 작업을 말한다. 나도 대학교에서 대학원에서 학원에서 많은 글을 썼지만, 그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었다. 그냥 주어진 자료를 정리한 것뿐이었다.



5. 대입 논술은 제시문을 해석하는 시험이다

구성주의 교육학에 근거한 자기 주도 학습법으로 글쓰기 수업을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글쓰기 수업에서는 이론과 실재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발생한다(나는 이론과 실재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방과후학교 수업을 통해서 확인했다. 그 이야기는 "중학교 방과후학교"라는 제목의 글로 진행할 예정이다). 교사는 그 차이를 다시 줄여야 하는 부분에 애를 쓰게 되는데, 이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틀이 필요하고, 그 틀 안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대입 논술은 제시문을 해석하는 과정을 평가한다. 대입 논술 시험을 준비할 때에 필요한 부분은 지식의 확장과 객관적 수용의 과정을 훈련하는 데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대입 논술에서 요구하는 글쓰기는 제시문을 보고 해석한 것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제출하는 답안에 불과하다. 자신의 주장이 담긴 글이 아니고. 그냥 학교에서 원하는 답을 쓸 수 있으면 된다. 내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돕는 부분은 그 부분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한 학생들을 만나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런 부류의 학생들은 모범답안과 정말 거리가 먼 답안을 작성하는데, 나는 그런 답안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좋아해요. 저도 이런 글을 쓰기 원하거든요.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이요. 뭔가 멋있지 않아요? 그런데요, 우리는 시험을 준비해야 해요."


그러므로 대입 논술 전문 강사는 학생에게 시험용 글쓰기를 훈련시켜야 한다.





결론

자신의 주장을 글쓰기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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