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번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4회에 100만 원이었습니다. 금액도 적지 않았지만,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계약서였습니다. 조항이 얼마나 많던지, 한 줄 한 줄 읽으며 적잖이 기겁했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상황을 모두 가정해 놓은 문서였습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나면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나도 저렇게 촘촘한 계약서를 써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요.
저는 16년 동안 과외를 해 왔지만, 복잡한 계약서를 쓰지 않습니다. 물론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험상,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든 계약서는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사람은 조항이 많아도 지키지 않습니다.
결국 계약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답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을 기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수업을 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16년 동안 만나 온 사람들 중, 약속을 잘 지킨 분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말이죠.
저는 계약서보다 사람을 먼저 믿는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