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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논술 - 첨삭의 목적

by Essaytowin


첨삭의 목적은 "기억하기"에 있다. 내가 첨삭에 비중을 두지 않는 이유는 '메모로 기억하기'가 '글쓰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첨삭 시간

첨삭은 학생이 작성한 답안지에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부분들을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빨간펜으로 기록을 하는데, 선생님이 하는 일은 비문 고치기 + 맞춤법 수정 +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작성하는 일이다.


형광펜과 빨간펜 그리고 파란펜으로 첨삭을 한 예




이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

나는 이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 생각한다. (첨삭하는 게 귀찮아서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첨삭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를 하면, 내가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조금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학습은 반복이다

나는 학습이란 반복이라고 여긴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머릿속에 새겨져서 무의식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운동선수들이 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창의적인 행동이나 아이디어도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과라고 믿는다.




첨삭의 목적은 기억하기

첨삭의 목적은 기억하기이다. 어떻게 기억을 하게 만들까? 메모를 통해서 기억하게 만든다. 메모를 하는 이유는 머릿속에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떠올리게 하는 데에 있다. 그러니까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서 메모를 남겨둔다. 그러면 다음번에 수업을 진행할 때에 메모한 것을 확인하게 되고, 다음번 답안지 작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


자신이 작성한 메모를 얼마나 자주 보게 될까? 매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메모를 하는 순간 머리는 메모에 의존하게 된다. 메모한 것을 다시 보기 위해서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 메모를 해 두어야 하지만, 논술에서 답안지를 작성할 때에 사용하는 메모는 중요한 일에 속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학생에 답안지에 작성하는 메모는 스케줄이나 시간을 정해서 이행해야 하는 정도의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한 굉장한 아이디어가 아니기 때문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작성하는 성격의 메모도 아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정확한 기억하기 방법은 혼자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 5권에 따르면, 동로마 제국의 수도의 도서관에는 호메로스의 작품의 고대 사본이 있었다. 이 사본은 양피지 두루마리로 되어 있었는데 길이는 120피트(36미터가 조금 넘는다)였다고 한다. 사본이 기록되기 전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어보면, 앞에서 나왔던 내용이 다시 반복되는 형식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하루 동안에 이야기할 수 있는 분량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다시 모여서 호메로스의 작품을 암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전날에 했었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번역된 『일리아스』(천병희 역) 책의 분량만 해도 700쪽에 가깝다. 어떻게 그렇게 긴 이야기를 다 외울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여긴다.




핵심을 반복해서 말한다. 핵심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나눈다

첨삭을 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반복되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모든 대학의 논술 시험의 형식은 미비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하면 할수록 나는 학생에게 논술 시험에 필요한 부분과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또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잘 기억하는 것처럼 여기는 학생에게도 개의치 않고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생의 답안지에서 모범 답안에서 요구하는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첨삭함의 비효율성

첨삭을 하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힘들까? 누가 더 힘들까? 쓰는 선생님이 힘이 들까, 아니면 듣고 있는 학생이 더 힘이 들까? 누가 더 힘이 들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첨삭은 기억하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기억하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는 방법은 "대화하기"이다.





첨삭의 목적은 기억하기이다. 나는 글을 쓰고 쓴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대화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기억하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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