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서 토론 수업 시간에서 '전체에서 부분을 이해하고, 부분에서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텍스트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은 흥미롭게 진행되는데,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텍스트에 말을 걸면, 텍스트가 그 대답을 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룰 단편 소설은 W.W. 제이콥스의 「원숭이의 손」이다. 철학적 해석학의 도움을 받는 독자는 이 소설을 정말 매력적인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설가 이근미 씨에 따르면, 「원숭이의 손」은 대단한 작품이다. 이근미 씨는 "1980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근대 200년 영어문학 걸작 50편’을 선정할 때 <원숭이 발>도 포함되었다. 《모비딕》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폭풍의 언덕》 《주홍글씨》 같은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소설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원숭이의 손」은 위에서 언급된 장편의 위상과 견줄 수 있는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 전개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감이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주인공 허버트 씨는 인도에서 근무하고 돌아온 모리스 특무상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는 덕이 높은 성자가 만든 원숭이의 손을 가지고 온다. 원숭이의 손에는 세 명에게 각각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이 담겨 있다. 허버트 씨는 모리스 특무상사에게 원숭이의 손을 건네받고, 소원을 이루어달라고 외치면서 끔찍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소설은 철학적 해석학의 특징들을 적용하고 훈련하는 교재로 매우 훌륭하다. 왜냐하면 마지막 소원이 무엇인지 밝히는 과정이 독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소원과 두 번째 소원은 소설에 나오지만, 마지막 소원은 나오지 않는다. 웹에서는 「원숭이의 손」에 대한 많은 글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내가 찾아본 거의 모든 글에서는 세 번째 소원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세 번째 소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텐데, 내가 추측하기에는 세 번째 소원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적 해석학의 도움으로 세 번째 소원을 찾아낼 수 있다. 독자는 소설에서 나오는 모든 부분을 이용해서, 세 번째 소원을 찾아내야 한다. 소설에서는 꽤 많은 부분을 단서로 제공한다. 텍스트에서 찾아낸 단서는 다음과 같다.
- 세 번째 소원은 첫 번째 소원과 두 번째 소원과 관계가 있으며, 세 가지 소원은 모두 불행한 일의 대가로 이루어진다.
- 소원이 이루어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불행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 원하는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지지만, 소원을 비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이야기는 점점 더 끔찍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 세 번째 소원과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어져 있다.
수업 시간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위에서 제공받은 단서를 바탕으로 더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엉뚱한 질문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세 번째 소원을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재미난 시간으로 이끌기도 한다. 세 번째 소원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는 것이다.
찾아낼 수 있고 확정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세 번째 소원을 이야기했을 때에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면 그것은 확정적인 소원이 된다. 나는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내가 이야기했던 소원보다 더 확정적인 소원을 알아낸 사람이 있다면 꼭 알려달라고 말한다. 아직까지는 없지만, 나와 수업을 했던 학생들이 성년이 되고 이해력이 더 좋아지면, 가장 확정적인 세 번째 소원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해석은 '전체에서 부분을 이해하고, 부분에서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