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제공하는 「논술 가이드북」은 어떻게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잡아준다. 대학교 입학처마다 「논술 가이드북」을 제공하는데, 「논술 가이드북」은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 내 경험으로 중앙대가 가장 깔끔한 논술 시험 가이드를 제공한다고 여기는데, 그 이유는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필요한 부분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을 제공하는 홈페이지도 제일 깔끔하다. 그리고 2015년 이후의 가이드북도 모두 올라와 있다! - 2015년은 논술 시험이 바뀌는 해였기 때문에 중요하다.) 중앙대 논술 가이드에는 전형 안내, 목표와 평가방법, 대비 방법, 전년도 논술 전형 결과 분석, 합격수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양대에서 제공하는 것처럼 합격자의 실제 답안도 담겨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나와 수업하는 학생들 중에서 유명한 논술 학원에 다녔던 학생들이 스타일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스타일이라는 단어나 내가 사용하는 글쓰기 형식이나 모두 같은 단어이지만, 스타일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면 조금 더 멋스러운 어떤 것을 담아야 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스타일이란 단어를 논술 시험 준비에 적용하면, 멋진 문장을 작성해야 하는 것처럼 강제하는 하는 단어로 바뀌게 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조금 불편하다. 왜냐하면 논술 시험은 문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제시문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논술 시험의 답안은 교수님들이 채점을 한다. 문제를 만드는 분도 교수님이시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써서 논술 답안지의 스타일을 이야기한다면, 교수님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교수님들은 평생 같은 형식의 글을 읽고 같은 형식의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수님들에게 익숙한 스타일의 글을 작성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 데에 유리해진다.
논술 답안은 논문을 쓰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모범 답안에서 제공하는 글의 스타일은 논문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문 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을 말할까?
논문에는 멋스러운 문장이 들어가지 않는다. 논문은 논문을 작성하는 사람의 연구 성과를 드러내는 데에 목적이 있다. 연구 성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잘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논문을 읽다 보면 전자 제품에 있는 매뉴얼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논문의 목적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논문에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에 나오는 문장이나,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에 나오는 문장들이 나오기는 어렵다. (겨울 꿈! 제목만 듣고도 얼마나 스산한 느낌이 드는지! 소설을 읽고 나서도 “겨울 꿈”이라는 제목을 이해하는 데에 꽤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그런 문장들은 읽는 사람에게 어떤 판단을 내리도록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논문에서는 그런 문장으로 글을 맺어서는 곤란하다. 멋진 문장이란 문장을 읽고 나서 숙고하게 만드는, 음미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문장을 말한다.
논문처럼, 논문 스타일로 작성하면 된다. 논문 스타일은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이 드러난 글쓰기 형식이다. 수험생은 논리적인 부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논술 시험에는 문제가 글쓰기 순서에 대해서 알려주니 논리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논문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논술 시험에 특화된 멋스러운 문장이 있다고 여기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학교마다 문장력에 대해서 평가하는 비율과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작성한 부분에 대해서 평가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문장력에 대한 비중은 다른 대학교에 비해서 세종대가 조금 높다. 어떠한 방식으로 문장력을 평가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만약에 답안을 작성하는 스타일이 정해져 있다면, 논문 스타일로 작성해야 한다. 논문은 다른 사람의 연구를 자신의 연구로 옮겨오는 과정이 담겨 있으며, 옮겨오는 과정에서 연구자의 이해하는 부분이 드러난다. 이것은 논술 제시문을 답안지로 옮겨오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