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논술 -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나?

by Essaytowin


오늘은 세종대 논술 시험이 있는 날이다. 어제 세종대를 준비하는 학생과 마지막 수업을 했다. 날카로운 질문이 인상적인 학생인데, 글도 매끄럽게 잘 쓴다. 내신 등급과 수능 성적 때문에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학생들도 논술을 통해서 상위권에 합격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간절히 마음으로 합격을 기원한다.


수업을 마치고, 어머님과 이야기를 했다. 어머님께 소파에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고 물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하는 일이지만, 마지막 수업이 끝나서 드리는 말씀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업을 마치고

나:

"논술 시험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요. 논술 시험은 제시문을 이해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시험인데,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내일 토요일에 보는 시험 잘 볼 거예요."


학부모님: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기대는 많이 안 하는데, 그래도 합격했으면 좋겠어요."


나:

"네, 어머님. 합격하면 정말 기쁜 일이에요. 그리고 학생이 모범 답안에 가깝게 답안지를 작성하니까요, 기대할 수 있어요."


학생:

"선생님, 그렇게 얘기하시면 곤란해요. 엄마가 선생님 얘기 듣고서 기대한다니까요."


학부모님:

"나도 알아. 선생님이 기분 좋은 얘기해주신다는 거 알거든. 그치만 전문가가 그렇다고 하시니까 얘기 들어보는 거야."


나:

"제가 아무리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해 드린다고 해도, 자녀분이 들으면 바로 알죠. 본인이 모범 답안과 아주 가까운 답안을 쓰는 것을 알거든요. 기분 좋게 해 드리는 말이지만, 학생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드리기 어려운 말씀이에요."


학부모님:

"암튼, 잘 되어서 합격하면 또 인사드리고 싶네요. 정말 애 많이 쓰셨어요."


나:

"감사합니다. 어머님."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니까,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학생:

"선생님, 합격하던 합격하지 않던 저는 정말 좋은 거 배웠어요.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정말 감사해요."


나:

"고맙습니다. 합격하실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




무엇 때문일까?

나는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친 걸까? 내가 무엇을 가르쳤기에 학생은 자신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것을 배웠다고 했을까?




내가 가르치는 것

상상력 제한하기. 인간의 이성은 상상력에 지배를 받는다. 파스칼도 『팡세』에서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이성 능력의 한계점에 대해서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논술 시험의 제시문을 이해할 때에 거의 모든 학생이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해서 이해한다. 그것은 잘못된 해석 방법이다.
정보는 비교하는 것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논술 시험을 구성하는 데에 핵심이 되는 부분인데, 편집자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머지는 철학적 해석학과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에 대한 것


나는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답안을 작성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에 한정되어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과 글을 이해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고 값진 일이다. 왜냐하면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자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과 열린 사고로 진행하는 대화는 자기 이해를 돕는다.




나는 논술 시험 준비를 도우면서, 철학적 해석학의 도움으로 학생의 자기 이해를 돕고 있었던 것 같다. 수업 시간 동안 끊임없이 토론을 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대화의 과정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 부분이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 것 같다.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너무나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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