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토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saytowin Jan 05. 2020

엄마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종이 동물원

단편소설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포크너는 시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단편소설을 쓰고, 단편소설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장편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은 꽤나 압축적이지만 이야기의 형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단편소설을 교재로 삼는 이유

내 경험상 독서토론 수업은 단편소설로만 가능하다. 나와 오랜 시간 동안 수업을 한 학생들과 장편소설로 수업을 몇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왜냐하면 장편소설을 끝까지 읽어오는 경우가 드물고, 읽어왔다고 하더라도 90분 안에 논의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편소설로 수업하는 장점은 90분 안에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90분 안에 읽기와 토론이 가능하다. 텍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토론을 즐길 수 있다. 텍스트를 읽는 시간은 15분 내외로 해서 읽는 시간을 지루하게 해서는 안 된다. 토론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4명에서 8명 사이가 가장 적절하다. 인원이 적으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너무 많으면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생기니까. (독서토론 수업에서는 텍스트 전체를 한 번에 다루어야 한다.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이 없으면 해석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부분만 발췌하고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간낭비일 뿐이다.)




작가 소개

켄 리우는 2011년에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2012년에 SF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 상을 모두 휩쓴 최초의 작가이다. 중국계 미국인인데, 「종이 동물원」에는 작가의 경험이 매력적으로 녹아있다. (예스 24 참고)




「종이 동물원」 줄거리

주인공 "나"는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주인공 나는 어렸을 때에는 엄마와 매우 친했다. 엄마는 중국어를 나에게 가르쳤고, 나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그리고 엄마는 마법사인데, 종이 공예에 숨을 불어넣어 살아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나는 엄마가 만든 종이 공예와 즐거운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면서 엄마와의 사이가 멀어진다. 그의 생김새는 미국 사회에서 놀림거리가 되고, 놀림거리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엄마를 미워하게 된다. 나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중국인의 유교적 정서에 기반한) 엄마에게 복수를 했지만, 나중에는 엄마가 남긴 편지를 읽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종이 동물원」의 매력

이 소설의 매력은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 "나"가 자기 자신이 어떤 정체성을 가진 사람인지 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주인공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엄마를 미워한다. 엄마는 중국어만이 자신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언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것을 혐오한다. 그러나 재미난 상황이 연출되는데, 나는 마음속으로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며, 중국어로 생각을 한다. 무엇이 자연스러운지 인지하지 못하지만, 선택할 때에는 자신의 이기적인 감정으로 대하는 그런 사람으로 등장한다.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두 가지인데, 다른 폰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어로 이야기할 때의 폰트와 영어로 이야기할 때의 폰트가 다르다. (예스 24의 전자책으로 보았는데, 영어는 명조체이고 중국어는 고딕체로 되어있다.) 독자는 폰트로 상황을 그리는 아주 독특한 소설 기법에 매료된다.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서

주인공 나는 엄마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어떤 사랑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주인공 나는 엄마가 주는 사랑이 무엇인지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엄마를 미워하게 되었고, 엄마를 미워하면서 엄마와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는 주인공이 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주인공이 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된 것은, 엄마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되면서 였다. 엄마가 어떻게 미국으로 오게 되었는지,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받지 않는 아들의 행동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소설은 엄마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엄마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엄마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고전적인 요소

이 소설은 풍수지탄(風樹之嘆)을 모티프로 한다. 중국의 사자성어 풍수지탄은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에 살아생전 부모님께 잘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말이다. 이 소설에는 중국적인 문화가 원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원초적인 감정은 쏟아지는 눈물로 표현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토론 - 『오즈의 마법사』, 행복은 내재된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