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줄어들면 오히려 좋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번 주에 좋았던 점은?>
- 정신없이 바쁘고 야근에 치이는 하루에서 내 개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한 나 칭찬해 (효율적으로 업무 해서 야근을 줄이기 위해 AI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개선하고 싶은 부분은?>
- 자존감 회복하기. 좀 더 뻔뻔해지기?
<그다음은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Action item)>
- 나는 나의 단점을 알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AI를 좀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단점을 보완해서 자존감을 찾아볼까.
- 이 부분 좀 더 깊게 생각해 보기 (PM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 이 부분이 문제다.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할까. 프로젝트에 PM은 반드시 필요한데 왜 나는 나 스스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와 지금 함께 일하는 개발자분들은 매우 매우 뛰어난 개발자이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앞서나가 그다음 단계를 해놓는다.
이건 PM인 내가 먼저 챙겼어야 했는데 하는 것도 말이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동체로서 꼭 내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PM의 업무가 그거 아니겠어.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PM인 나의 업무를 명확히 인지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프로젝트 실무자들과 회의를 진행하면 개발자 오션님은 항상 회의록을 작성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슬랙으로 공유해 준다. 나도 논의한 내용을 작성하기는 하지만 들리는 대로 말한 대로 막 작성하는 거라, 공유를 위해서는 항상 한번 더 가공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공유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지연되곤 한다. 그 사이에 개발자 오션님이 보통 회의 끝나자마자 논의했던 내용들을 공유해 준다. 이미 회의하면서 어느 정도 흐름을 쭉 파악하고 어떤 내용인지 결론이 무엇인지 정리해 가며 논의를 했던 것이다. 역시 대단해!! 하지만 이런 건 PM인 내가 갖춰야 할 부분인 것 같은데 말이지. 오션님이 회의 진행한 내용과 함께 각자가 해야 할 todo 리스트까지 공유해 주면, 나는 '알겠다. 수행하고 오겠다.' 이렇게 답변한다. 흠... 회의에 참석한 누구라도 회의록을 작성해 주는 건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뭔가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이전에 항상 회의록은 PM들이 작성해서, 불만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개발자분들에게도 회의록을 작성해서 공유해 달라고 말한 적이 많다. 그때는 왜 항상 나만 회의록 쓰냐며 볼멘소리를 하곤 했는데. 막상 또 회의록을 작성해 주니 기분 나빠한다.(너 왜 그러니? 응?) 내 영역을 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인가?
나는 왜 기분이 나빠졌던 걸까.
찬찬히 생각해 보면 내가 기분이 나빴던 부분은 회의록을 작성해 준 그 자체가 아니었다. 개발자가 PM인 나보다 빨리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했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task 분배를 하는 역할을 오션님이 했다는 것 이 두 가지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PM의 업무는 빠르게 논의되는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며 프로젝트 인원들에게 그다음 방향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오히려 내가 못하고 프로젝트 인원 중 한 명이 하고 있으니 '내가 일을 잘 못해서 나 대신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또 이해 속도가 느린 나를 꾸짖곤 했다.
회의록을 먼저 공유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다음 어떤 팀과 논의가 필요한지 어떤 부분을 진행하면 되는지 정리해서 알려줄 때가 왕왕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여기 왜 있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자기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하고 개발도 하면... 나는 더 이상 여기에 필요 없는 존재 같잖아. (실제로 필요 없는 역할일 수 있단 생각도 많이 한다.)
그리고 어제는 희수님이 QA팀 테스트 전에 실무진들이 진행하는 인수 테스트를 미리 다 해놨다고 해서 기분이 나빴다. 그전에 분명 PM과 개발자가 인수 테스트를 같이 하기로 정했었는데 말이다. 안 그래도 엊그제 희수님이 인수 테스트를 일정을 당겨서 하는 게 어떤지 물어봤었다. 나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었기에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인수테스트를 미리 다 했다면서 QA팀에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후... 너무 화가 났다. 이제 날 업무에서 배제하겠다는 건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내가 필요하지 않은 건가?(자책을 많이 하다 보니 삐뚤삐뚤해진 내 마음 흑)
저땐 너무 흥분해서 날 배제시키겠다는 건가요!! 하고 소리칠 뻔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냥 담백하게 PM이 볼 수 있는 테스트 부분도 있으니 누락되는 케이스 없도록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하고 말했으면 됐을 것 같다. 희수님도 나에게 악의가 있거나, 업무를 배제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 확실히 PM은 개발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개발자는 PM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 -> 이 부분이 문제다.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할까. 프로젝트에 PM은 반드시 필요한데 왜 나는 나 스스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부분을 더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
그러다 보니 더 이런 안 좋은 생각들이 들고, 나 스스로 작아지고 위축되는 것 같다. 내가 벡엔드 시스템 PM이다 보니 코드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라 PM으로서의 역할이 작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나의 역할. 날 필요로 했으면 좋겠는데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함을 준다.
나에게 역할을 줘. 내 조금이라도 이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다는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끼고 싶다. 그래서 일을 억지로 더 찾아서 한다. 일이 많은 것보다. 내가 일을 더 만드는 것 같다. 내가 할 필요 없는 부분까지. 잡일들까지 내가 하겠다고 나선다. 내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렇게라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말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건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나라는 사람까지 위축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일을 못하는 것이지. 일을 못한다고 못나고 필요 없는 사람인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부족한 부분을 계속 메꾸고 배워가려는 사람이다.
일과 나를 동일시하며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꾸짖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