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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 광 Aug 27. 2021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한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90년대 초반 과외는 공부를 잘하는 부잣집 아이이들이나 하는 부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우리 집은 잘 살지도 못하면서 아빠는 중학교 때 과외를 시켜주었다. 나는 공부를 못했다. 정말 하기 싫었던 것도 공부다. 그런 내게 아빠는 뭘 얻고자 해서 과외를 시켰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아니 딸을 잘 키워보고자 했던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결과가 뻔한데.. 과외비가 아까워 결석은 절대 안 했다. 불멍이 아니라 수학멍, 영어멍을 때리고 왔다. 나는 훗날 엄마가 되면 절대 학원을 보내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공부가 하기 싫은 아이에게 그것만큼 곤욕은 없을 테니 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어쩌면 내가 사는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들딸을 면 단위 작은 학교에 보냈다. 친구들하고 한참이나 떨어진 동네에 살고 있어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원 없이 놀다 온다. 학원은 보내지 않았다. 저학년 때 피아노와 태권도 다닌 게 전부다. 사교육을 시켜서 잘하는 아이는 분명 혼자서도 잘한다. 공부는 아이가 재미있어하고 스스로 의욕이 넘쳐서 해야 엄청난 결과를 볼 수 있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도 소통을 안 했다. 비교하고 뒤처진다고 아이들을 괴롭힐까 봐 철저하게 귀 막고 앞만 보고 갔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엄청 똑똑하고 기발하고 영리하지 않다. 공부도 잘하는 편은 아니다.



"엄마, 나는 학원을 안 다녀서 너무 행복해. 놀 시간이 많아서 좋아. 친구들은 학원 때문에 맨날 엄마랑 싸워. "

"다행이다. 행복해서. 근데 놀 친구는 있나?"

"시간만 잘 맞추면 한 명 가고 한 명 오고. 괜찮아"

"그것도 능력이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맞다. 공짜로 가르쳐주는 학교에서 하면 된다."



행복해도 행복한 줄 모르고 사는 이들도 많은데 아이들은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단지 학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원 없이 놀 수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시간이 널널하니 마음의 여유가 만들어주는 행복일 것이다.


무슨일이든지 '때'가 있다는 말을 한다. 물론 정해진 시간에 거쳐야 하는 길을 가는 것이 옳다. 더 수월하고 더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는 누가 정하는 것인가? '때'를 놓치면 다시 만들면 되지 않은가? 10대에 못한 일을 20대에 해낼 수도 있고 30대에 하고 싶었던 일을 50대에 할 수 있지 않은가? 늦어도 괜찮다. 해냈다는 것이 중요하지 빨리 간다고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디더라도 목표한 바를 이루면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유태인 격언에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자.

부모는 조언만 할 뿐 결정권은 아이에게 주도록 하자.

나보다 나은 길을 갈 것이니 실컷 놀 시간을 주자.

놀면서 물고기 잡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낼 수도 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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