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비안 광 Aug 27. 2021

나는야 추억 부자

실컷 뛰어 놀아라

"엄마, 나는 다시 돌아간다면 초등학교 때로 가고 싶다. 그중에서도 6학년."

"엄마는 공부가 싫어서 학교 다니던 때로 가고 싶지 않은데, 설마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서 그러나?"

"아니, 그건 절대 아니고 ㅋㅋ그때 너무 재미있었다. "

"뭐가 그리 재밌더노?"



45인승 관광버스 한대로 수학여행을 가는 각 학년 두 반이 전부인 작은 학교에서 두 아이는 6년을 보냈다. 운동회를 하면 면민 잔칫날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 오셔서 게임도 하고 학부모 달리기며 주어진 미션을 통과하는 달리기 등 다양한 게임을 한다. '엄마가 도시락 싸서 갈 테니깐 기린 옆에서 만나자' 엄마와 한 약속, 학창 시절 향수를 부르는 아이들의 운동회다. 아이들은 운동신경이 좋아 학교 대표로 대회를 많이 나갔다. 학생 수가 많으면 경쟁자가 많아서 기회가 적을 턴데 아이들이 뭘 잘하는지 대충 알기 때문에 '운동하면 누구'라고 지정이 되어 있다. 아이 스스로도 학교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교 회장에서 한 표 차이로 떨어진 아들은 전교 체육부장, 딸은 전교 생활부장이라는 요직을 맡으며 권력(?)의 맛도 보았다.

아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진로를 선택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친구들과 떨어져 타지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을 했다. 외박을 나오는 날이면 엄마는 뒷전이고 친구들 만나서 고기 구워 먹고 어김없이 또 외박을 한다. 그런 날은 네댓 명이 모여 수다 삼매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학교 옆 마을 이장님 댁 앵두 따 먹다가 걸려서 혼났는데 간 크게 또 따 먹었던 일, 학교 앞 하천이 얼었다고 신나게 미끄럼 타다가 얼음이 깨져서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들어와 엄마한테 혼났던 일, 친구들 끌고 와서 집에서 라면 한 냄비 끓여 먹었던 일, 선생님 몰래 화장실에서 핸드폰 하는 아이들 현장 고발이라며 동영상 찍어서 골려 먹었던 일 등, 추억이 많아 밤을 새워도 부족하다는 아이는 그때를 생각하면 참 행복한가 보다.

사촌 셋을 포함 오빠 네 명과 한 집에 살아서 서서 쉬 할 거라고 뒷목 잡게 했던 딸은 남자에 거부감이 없다. 여성스럽지 못하고 덤벙거리고 털털한 성격이다 보니 자잘하게 삐지는 여자아이들과 성향이 맞지 않아 항상 남자아이들 틈에 끼어 있다. 경도(경찰과 도둑)놀이를 하고 학교 앞 더러운 하천에서 새우 잡아서 라면 끓여 먹고 인라인 타고 친구가 사는 동네까지 가서 놀다 해지면 들어온다. 방학 때는 남자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우리 집까지 와서 아이 이름을 부르고 대문 앞을 기웃거리다 가곤 한다. 친구들도 딸이 여자로 보이지 않나 보다.

고삐 풀린 소 마냥 정신없는 초등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추억을 벗 삼아 무난하게 10대를 보내고 있다.



친구들과 뛰어놀며 널널한 시간을 보내고 마을 구석구석이 놀잇감이고 호기심 천국이니 심심할 틈이 없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배우고 단단해진다. 맨땅에서 온갖 정성을 다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고 거름이 되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쉽게 나약해지지 않고 슬기롭게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어 낸다. 아이들을 밀폐된 공간으로 밀어 넣지 말고 넓은 세상을 마음껏 여행하도록 내버려 두자.







작가의 이전글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