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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Jan 24. 2024

슬픈 이유

엄마는 알고 있다

엄마와 같이 살 때의 일이다.


감수성이 (필요이상으로) 풍부해

유난히 슬픈 마음이 들던 날


"슬프다" 입 밖에 내지 않음에도

약간 어색하게 용기 내어 꺼내보았다.


"오늘 좀.. 슬프네..."


처음으로 그런 표현사용했다 보니

엄마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조심스러웠고...

아니나 다를까 바로 물어보셨다.


- 왜 슬프지..?


- ... (왜 슬픈지 생각 중)


약 3초 만에 다시 어머니로부터 들은 질문은...




배고픈가..??




그랬다.

아니 몰랐다.

나의 이미지가 이런 것이었는 줄.....


진지하게 말했는데...

내가 지금 슬프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슬프다고 말을 했더니


배고파 슬픈 게 분명하다며 요리하는 손이 빨라지던

엄마를 보며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정말 그래서 슬펐나 하고 헷갈리던 그 모습이

조용한 슬픔이 찾아온 오늘 떠오른다.


분명한 것은 그날 왜 슬펐든 간에,

엄마의 유쾌함 덕분에 금방 웃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릴 때 며칠간 이모집에 우리남매가 맡겨졌을 때
내 동생은 잘 먹으며 "이모, 맛있는 거 없어요?"
나는 말없이 밥을 영 잘 못 먹더란다. 영 걱정이 돼
물어보신 이모께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고기가 없어서......"
... 당황한 이모는 고기를 해주셨고 잘 먹더란다...
지금 나는 고기를 자주 먹지 않는다. 우리 집이
고기를 자주 먹던 집도 결코 아닌데 대체 왜 그런
망언을 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으나 나의 이미지,
아니 어쩌면 실체가 이런 것일수도..ㅎㅎ


오늘 혹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슬픔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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