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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May 04. 2024

너무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 "못했다"에 한 표

이것은 일종의 '모음글'이다.
순서나 맥락 없이, 나와 남의 이야기를 모은
결혼 또는 사귐 언저리의 극히 일부 이야기.


적당히 좋은 여자


10대이던 어느 날 남자 어른들의 대화가 들렸다.


- 너무 좋아하는 여자랑은 결혼하면 안 돼.

   적당한 사람이랑 결혼해야 이렇게 무난~ 살 수

   있는 거야.

- 맞아, 너무 좋아하는 여자랑은 같이 살기 어렵지.


진심이 중요하던 나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했다.

결혼한 그 사람의 아내가 저 쪽에 멀찍이 보였다.


"너무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겠지" 라며 내 친구가 입을 삐죽거렸다.


저 말을 아내 앞에서도 할 수 있으려나..

프러포즈할 때 혹시 이렇게 물어봤을까?


"당신을 적당히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



이제 와 어쩌라고


- 언니, 나 결혼해. 근데 며칠 전 전남친 연락 어.


연예인급 미모의 지인이 얘기털어놓기 시작했다.


- 내가 제일 좋아한 사람이야. 사정상 헤어졌지만

1년 넘게 그 사람 기다렸어. 근데 연락 끊기더라.

그래서 포기하고 이 사람이랑 결혼하기로 한 건데

며칠 전에 연락오더니 다시 만날 수 있냐는 거야.

결혼 소식 모르고 연락한 거지.


- 어떻게 그런 일이.. 어떡해..?


- 뭐 어째, 결혼을 무르겠어? 청첩장까지 나왔는데.

 그 사람을 정말 가장 좋아했지만, 인연 아니었다

생각해야지. 진짜 조금만 더 일찍 연락 왔어도 나는

그 사람 만났을 거야. 진작 하지, 이제 와 어쩌라고.



어, 나는 그럴 수 있어.


- 와.. Hallo~ 네 여자친구야? 이야, 대단하다.

- ㅎㅎ 예쁘지?

- 어, 진짜 미인이네. 와...  (어떻게 한 거지..)


내가 절대 모르는 무슨 매력이 넘치는 것일까,

독일 오고 금세 초미녀 현지 여자와 사귀다니.

여친이 저 편에 있는데 어차피 한국말을 몰라서

상관없는지 나에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 원래 한국에 결혼하고 싶은 여자친구 있었거든.

사실 나는 아직도 그 애가 제일 좋아.

-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여친 여기 있잖아.

- 물론 이 여자애도 좋지. 하지만 그애가 훨씬 좋아.

- 그런데 헤어졌어? 그리고 쟤랑 몇 달 됐잖아.

- 알고 보니 스스로 사모가 되겠다고 서약했대.

나랑 결혼 못하니 헤어 거야. 너무 힘들었어.

- 아이고.. 근데 이미 지금 새 여친과 사귀고

있잖아. 심지어 너를 너무 좋아하는데?!

- 어, 맞아. 너무 좋아해 줘. 나도 좋지..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애를 가장 사랑해. 지금이라도 다시

만난다고 하면 의심의 여지없이 바로 그럴 거야.

- 네 말은, 전 여자친구가 돌아오면 현 여친과

바로 헤어지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 어, 나는 그럴 수 있어. 바로 헤어질 수 있어.


아무것도 모르던 현여친의 해맑던 미소와 설렘,

심히 아까운 미모가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었고

나는 묘하게 안타깝고 이상하며, 이해가 어려웠다.



못 사귀니까 그렇지.


- 너는 지금 H오빠와 사귀고 있잖아.

- 응,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S오빠를 훨씬

좋아해. 사귈  있다면 무조건 S오빠지..

- S오빠도 너한테 호감은 있지 않아?

- 응.. 그런데 사귀자고는 안 하니까..

   H는 사귀자고 매달리고.. 그래서 이렇게 됐지.

- 안 사귀면 되잖아. 왜 사귀어?

   네가 훨씬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 언니, 그런 게 있어~ 나 같은 사람은 혼자 오래

   지내기 힘들어. 남친한테 많이 미안하긴 하지...

- 이해가 안 간다. 너도 그렇고 D도 그렇고. 막상

   진짜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으면서 자기 좋다는

   사람 거절 못하고 일단 사귀는 거, 이해 안 가.

- 나는 D를 이해해. 언니도 S오빠처럼 D랑 계속

   친구관계만 유지하잖아. 못 사귀니까 그렇지.

- 아, 몰라.

- 지금 다른 사람을 사귀고는 있지만, 그 사람이

   좋다고만 하면 바로 헤어지고 갈 텐데....

   그런데 언니도 S오빠도 우리한테 안 그러잖아.



주변인물과  결혼


- 언니! 글쎄 D가 K랑 결혼한대. 충격이지 않아?

- 뭐라고????

- 남자 쪽에서 다 해준다고 그렇게 자랑질이 심해.

- 와.. 충격이기는 하다.. 그런데 C는 어떡해..?

사람들이 결혼식 가기도 되게 모호하겠다, 와....

- 결혼은 현실이야. 연하 그렇게 좋다고 사귀더니

막상 결혼은 조건이랑 능력 보고 하잖아.


기숙사 주방에서 남친 몸을 만지던 그녀와 마주쳐

서로  뜨겁던 순간도 기억난다. 학생이던 동안에

내내 사귀더니 졸업 후 곧 측근 인물, 즉 그 커플의

'가장 친한 형이자 친한 오빠' K와 결혼한다고...


사람들이 욕을 한 모양인지, 자기가 무슨 죄인이냐며

분해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차원이 다르다고.


사정으로 지인 친구 차를 잠시 얻어 타게 된 날,

차주의 베프라는 사람이 중간에 추가 탑승했다.

차주 과거 플러팅 상대가 무려 내 절친이었으나

인맥을 비밀에 부친 채, 친구 할 생각도 없어

말을 아끼던 중, 베프란 이의 질문이 이어졌다.


- 작곡하시면 어떤 작곡하시나요? 어느 나라에서

공부하시나요? 모스크바?! 어, 거기에 아는 사람

있는데! 엄청 잘하는 친군데!

'잘하면 잘했지, 자기 친구 자랑을 굳이 왜..'

- OOO라고, 혹시 아세요?!


아연실색. 개명 전 내 이름을 큰 목소리로 읊다니!

각자 앞만 보며 가던 터얼굴을 제대로 못 본 터.

 어떻게 알지? 누구지..?!


- 그거.. 제.. 이름이었..는데요...

- 네??????


뒤돌아보더니 이름을 알리며 반가워하는 초등학교

동창은 차주에게 내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 야, 얘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우리 같은 사람하고는 아예 급이 다르다고.

나는 당황했다. 왜 내가 보통 사람이 아닌...

- 초딩 때부터 이미 다른 애들하고는 차원이 달랐어.

무엇이 달랐..


말도 몇 번 안 해본 사이였을 텐데 나를 나보다 좋게

기억하는 듯한 기세. 고맙지만, 차에서 내리고 싶은

심정. 이어지는 이야기는 듣던 중 가장 큰 충격으로,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인기가 많았 자신 나를 좋아했는데(금시초문)

내가 가장 인기 많던 남자애와 사귀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 학력은 초졸. 그 후 동창을 처음 봄.

인기는 내 동생이 압도적이었으며, 나는 평범했음.


- 내가 남자를 사귀었다고??

- 여러 명 있었잖아. 아닌가?! 한 명은 아는데!

- 그럴 리가 없...

- 있었잖아, 그 때-! 인기 제일 많은 애!

- 누구.. (진심 알고 싶다 나도 모르는 내 남친)

- 6학년 때, 그 누구지? 류OO!



위대한 모태솔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게다가 6학년.....

그리고 류군과 조용히 썸탄  어떻게 알지?!


아무튼 가장 충격 발언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생전 아무도 남자로 사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당신에게는  큰 충격이겠지만)


그런 위대한 모솔 바로 앞에, 아니 뒤에 두고

'남친이 많았다'라고 말하니 충격일 수밖에.


류군와는, 서로 좋아한다는 문장을 한 두 번인가
주고받았을 뿐 사귀는 법도 몰랐고, 알고 보니
이미 여친이 있더라. 처음에는 나를 좋아했는데
내가 J와만 놀고 자기에게 관심 없는 것 같았다고.
반 년동안 J와 놀은 건, 날 가만두지 않아서였는데
(사라진 내 필통이 앞에서 판매 중이던 그런 식)
아이들은 내가 J 여친이라도 된 줄 알았던 모양..

  

나를 일컬어 "우리와 다르게 특별하다" 말해 준

그 동창은 서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동창도 누군가에게 선망의 대상일 게 분명 하나

나와의 사이에서는 혹 내가 그 대상이었을 수도.



얼마나 좋을까


- 가 좋아하는 남자는 진짜 좋은 사람일 것 같아.

그런 사람이 어울릴 것 같아. 정말 좋은 남자겠지...


누구를 좋아하냐고 한 시간 넘게 전화기를 붙든 채

물어보던 그 애에게 나는 예수님을 좋아한다고 했고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빨리 넘어가 주세요)

그 애를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며칠 뒤 나에게 말했다.


- OO 오빠가 언니 너무 좋은 사람이라면서,

언니 같은 사람이 자기를 좋아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막 그러는 거 있죠!


이상했다. 그 친구는 뛰어나서 부담될 정도였는데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와 딱 한 번 가본 노래방에서

<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

놀라운 옛 세대의 가요를 골라 부르다 눈치 보더라.


우리는 서로의 앞에서 작아지는 존재였던 걸지도.



위로


- 내가 지금 사귀고 있랑, 여태까지 사귄 여자

   다 포함해서, 너한테 보다 잘해준 람은 없을 걸?

- ...

- 너한테 보다 잘해준 적은 없어.. 전에도 지금도.

   나 원래, 여자한테 그렇게 잘 안 해.


유럽으로 떠난 지 오래인 옛 절친에게 사과전화를

하자, 마음 풀린 목소리로 처음 그런 말을 해왔다.


 아이보다 나를 좋아해 줄 수 있고

 아이보다 내게 잘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무의식, 본능처럼 확신한 기간이 오래였는데,

본인마저 나에게 확인시켜 주듯 말하고 있었다.


여친에게보다, 사귀지 않은 내게 더 잘했다는

어쩌면 '몹쓸 년' 될지 모를 법도 한 입장이었으나,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 한 번도 없었고

그냥 그랬다는 기일 뿐이라, 그래서 위로가 됐다.



식장 들어가 봐야 아는 거야


- 나 결혼한다.

- 아... 정말...? 그때 그.. 경영인가 경제?

- 어, 맞아. 얼마 전에 약혼했어, 걔랑.


몇 년 만에 마주쳤음에도 그녀의 얼굴까지 아는 건,

한 번도 묻지 않던 내게 매번 새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내며 자랑하듯 연애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 언제 해?

- 왜?

- 혹시 갈 수도.. 아.. 뉴욕에서 하는 건가?


무어라 해야 할지 몰라 망언을 하고 말았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미쳤니, 니가 거길 왜 와'

싶은 황당함, 알 수 없는 묘함이 섞여 있었다.


사실 나도 갈 자신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또 못 갈 건

무언가. 아닌가? 그게 무엇이든 이해는 안 가지만..


-  식장 들어가 봐야 아는 거야.

- 뭐라고?

- 식장 들어가 봐야 아는 거라고.

- 무슨 뜻이야..?

- 결혼식 날,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그런 척을 하는, 나도

분간이 되지 않아 축하한단 말만 하고 돌아왔다.

그러보니 축하도 내가 하면 망언이었나....


이튿날, 화장실 문에 머리를 세게 박았다.

그런 실수는 처음이었다.  정말 잘 모르겠는데

혹시 지금 슬픈 거라고 몸이 대신 알려준 것일까?


- OO이가 결혼한대요. ㅎㅎ


오랜 지인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


- 어머.. 너 괜찮니? 괜찮아..?

- 뭐가요?

- 하.... 괜찮지 않을텐데.....


여전히 내가 모를 감정을 타인은 안 것일까?

내 눈에서 왜인지,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 안 되겠지.


몇 달 뒤 가족의 부고소식을 뒤늦게 듣고 수년만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같은 곳에 살 때조차 전화는

그 애의 몫이었고,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걸뿐이었다.


- 괜찮..아?


부고가 아니었다면 걸지 않았겠지만 이 연락은 진정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약혼을 앞뒀다고

내가 알던 그 가족의 부고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 아니, 안 괜찮아. 힘들어.


몇 년만의 통화임에도 어색함이라곤 없었다.


- 왜 이렇게 기침을 많이 해? 감기 걸렸어?

- , 며칠 째 앓고 있어.

- 날씨가 추워서 걸린 거야?

- 아니, 집을 오래 안 치워서 먼지 때문에 걸렸을 걸.

- .. 힘들어서 그래..?

- 어.

- .. 그래도 몸은 챙겨야지.


잠시 침묵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 니가... 혹시... 와서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생각지 못한 말에 나는 침묵을 계속 지켰다.


- 여기로..  좀  줄래...?


우리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고, 그곳에는 몇 달 뒤

결혼하기로 약속된 약혼녀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리였지만 힘들  무작정 차갑게  없었다.

그보다, 마지막인 오늘마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 그분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

- 누구..

-  약혼녀.

- 후... 그냥 가 와서.. 도와주면 안 돼..?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런 말에 대답하지 않는 것을 그 애도 잘 안다.


- 후... 그래, 안 되겠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싶은 모양이었다.


- 약혼녀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해.


이문세의 <붉은 노을> 노래를 아냐고 물어왔다.

여전히 노래 가사로 심정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모른다고 하자 찾아서 들어보라고, 그게 곧 자기

심정이라고 해서, 결국 일부러 들어보지 않았다.


나에게 그 아이는 여전히 가장 소중했으나,

그 아이를 감당할 자신 역시 여전히 없었다.

더불어, 그 약혼녀의 모든 조건은 훌륭했다.


그 뒤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고, 예정대로의 결혼,

그리고 몇 개월 만의 이혼 소식이 이곳까지 퍼졌다.

그 애가 잘 지내는 편이 나에게 더 좋을 뻔했다.



결혼은 타이밍이야.


내 주변 여자만 무려 세 명이나 그를 좋아했는데

무슨 매력이 있는지 여친이 바뀌는 과정마다 꼭

남자가 차서 나로서는 무척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랑한다며 의미심장하고 절절한 편지를 썼다던

상대는 잊히고, 생각지 못한 다른 여자와 불현듯

사귀더니 금세 결혼을 앞두고 나에게 했던 말이다.


- 여자를 아무리 많이 사귀고, 얼마나 좋아하고

그래도 다 소용없어. 둘 다 결혼할 즈음에 만나야

성사되는 거야. 지금 여친이 나랑 그게 딱 맞았지.

다 그렇지만 특히 결혼은, 타이밍인 거야.




여러분, 여자가 어떤 남자와 결혼합니까?



응? 거의 유일하게 가끔 듣는 설교자 중 극소수

유기성 목사님의 질문이 유튜브에서 들려왔다.


어떤 남자와 결혼하지요?


그러게 궁금하네, 어떤 남자와 결혼하는지~?!


귀를 기울이는데 다음 발언이 명언이었다.


여러분, 여자들은 말이지요,

자기한테 결혼하자고 말한 남자와 결혼합니다.

제 부인도, 제가 결혼하자고 해서 결혼한 겁니다.


목사님은 진지했지만 나는 육성으로 뿜어 버렸다.

유 목사님은 유창하거나 뛰어난 언변이 아니어도

가끔 이렇게 빵 터지게 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듣고 보니 맞다 싶기도. 생각지 못한, 듣던 중 명답.

그렇다면 내가 결혼 못, 혹은 안 한 이유도 그거였네.

결혼하자는 남자가 없어서 ㅎㅎ 하면서 웃었다.



의외


- 원래 비혼주의자였어요.

- 네? 정말이요?

- 응, 결혼할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 남편

만나 결혼하게 된 거예요. 존댓말도, 남편이 10년

넘게 사용하니까, 나도 같이 존댓말 쓰는 거고요.


- Essie, 나는 그와 결혼할 생각이 하나도 없었어.

좋은 사람인 건 알겠지만, 내 타입은 아니었거든.

그런데 이 남자와 내가 결혼하게 될 줄이야~!


두 가정의 공통점은 지성, 인품, 신앙, 재력을 모두

갖추고 오랜 결혼을 평화로이 이어간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본 중 가장 잘 지내는 부부 TOP2였다.




개인적으로 조금 신기하거나 신선하기까지 했다.

나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따위를 깨어주는 것이.

그렇다. 첫사랑에 대한 환상의 영역이 있었다.

첫사랑과 결혼한 부부는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여자를 또는 남자를 만났다가 사랑하게 되어 이룬

결혼은 자연스러웠지만, 결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성을 찾아다니는 행위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결혼과,

결혼을 해야 해서 이 사람을 택한 것은 달랐다.


하지만 의외로 후자의 경우도 현실에서는 많았고

의외로, 그들이 무척 잘 지내는 것까지도 보았다.


물론 성향과 성격마다 각자의 입장이 다를 것이다.

나는 INFP이므로 최대의 플러팅이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인증된 숙맥이기 때문에 이런 입장일 테고,


우리 아빠 같은 타입은 마음에 든 여자가 연락처를

안 주자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을 뒤져보려 할만큼

대단한 적극성을 가져, 가장 좋아한 여자와 결혼을

성사시키므로, 이 글모음은 매우 단편적 시각이다.


나를 가장 좋아해 주었던 옛 친구가 알고 보니 무려

우리 아버지와 똑같은 성향임을 알게 되었을 무렵,

약간의 절망(?)과 많은 묘함, 그리고 무엇보다 그

'좋아했다는 크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를 가장 좋아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향이 워낙 그러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고

10대, 첫사랑과 같았기에 그때만 할 수 있었을 것.


누군가 나에게 그 애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덜 좋아했다고 단정 짓기에 사람의 성향은 각기

심히 다양하며, 이루어낸 우리 아버지와 달리, 끝까지

독하게 버티어 낸 나를 만난 그애에게 종종 미안했다.


그럼에도 사귀지 않은 것과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나는 역시, 상대에게 'ㅆㄴ' 이었을까.


결혼한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결혼하고 싶으나 못한 이들 역시 응원하며.



나?

노 코멘트  :)


다만 한 가지,
그때 그 아저씨들의 대화를 속으로 불쾌해 한
나의 오만에 대하여 반성과 사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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