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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May 21. 2024

혀의 권세

나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죽고 사는 것이
혀에 달려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지 아니하고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하시니라. 무엇이든지 입 안에 들어가는 것은 배로 들어가 뒤로 내버려지는 줄을 너희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그러나 입에서 나오는 그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며 그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악한 생각, 살인, 간음, 음행, 도둑질, 거짓 증언, 신성모독이 나오는데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거니와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아니하느니라, 하시니라. / 마태복음 15:11, 17-20


어릴 때부터 잠언을 읽었다.


잠언은 총 31장이라, 매일 한 장을 읽으면 된다고

엄마로부터 배운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어

잠언만큼은 셀 수 없이 반복하여 읽어 왔음에도,

읽을 때마다 새롭거나 와닿는 덕에 질리지 않는다.


지식이 많아도 지혜가 부족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명문대와 지혜로움은 관계가 없다. 공부를 잘해도

어리석을 수 있는 것이 사람 아니던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사기를 당하는 사람 중에

지식인도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혜란 무엇일까.

나의 답은 잠언에 있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아도

답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른 것은 맞춤형이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나는 타협이 불가한 사람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지혜는 하나님 그 자체이기도 하다고 쓰여 있다.


잠언에는 미묘한 구절, 재미있는 구절,

인상 깊은 구절 등으로 아주 다양한데

그중 어릴 때부터 붙잡아온 구절이 있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있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의미심장한 이 구절을 가슴에 새긴 후로부터

절대로 혀를 함부로 놀리지 않기로 정했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1. ㅈ겠다 를 쓰지 않는다.


웃겨 ㅈ겠다, 힘들어 ㅈ겠다, 아파 ㅈ겠다,

미워 ㅈ겠다, ㅈ을래?

우리나라에 은근히 ㅈ겠다는 표현이 꽤 있다.

나는 이 말이 들어간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2. ㅎ장하겠네 와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다.


욕이 대개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어가 뜻하는

본래 뜻을 생각해 보면 사용하기조차 끔찍한 말이다.

모든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3. 칭찬에 전투적이다.


단점만 가진 사람은 없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한 가지 장점은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정 어렵다면

과거형일지라도 말이다. (살면서 하나는 있었겠지)


내가 하는 말에는 효력이 있다.

상대의 장점을 칭찬하거나 축복하는 말을 함으로

그 사람과 나에게 유익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칭찬이든 욕이든 말을 밖으로 꺼낼 때에는

나의 귀도 내 말을 듣기 때문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면

누군가는 고운 말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가 못 하면, 내가 먼저 하면 된다.

상대가 계속 못 해도 내가 계속하면 된다.

고운 말을 계속 보내면 듣던 그 사람 마음 밭에도

언젠가 꼭 새싹이 나게 되어있다. 땅이 너무 굳어

오래 걸릴 수 있을 뿐.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고운 말을 하면

내 귀에도 내 말이 들리므로 자신에게도 유익하다.


4. 마음이 닫히면 입도 닫는다.


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도구가 '말'이다.

내 속이 좋지 않다면 말도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입을 닫는 편이 좋다.


글은 지워도

말은 지워지지 않는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며

입술의 수고는 빈곤에 이를 뿐이라 하였다.


비뚤어진 말들로 나의 죄를 늘릴 필요가 없다.

실수 없는 이는 없지만 실수를 줄일 수는 있다.


5. 열매를 생각한다.


말은 씨앗과도 같아서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스스로에게 심은 씨앗, 상대에게 심은 씨앗 중

더러는 상대 아닌 자신에게 다 열매 맺히는

경우도 존재한다. 열매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하루, 1년, 10년 뒤에라도 반드시 싹이 나고

크든 작든 열매를 맺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오늘의 나는 과거에 들어온 말들과 내가 했던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모든 싸움과 다툼의 시작도 '말'인 경우가 많다.


성경은, 혀를 다스리는 사람은 완전한 사람이다

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불 같아서

모든 것을 태울 수도 있다는 그 설명에 동의한다.


나는 말을 하는 모든 사람이

매일 씨앗을 심는다고 믿는다.


우리의 정원이 어떠할지는 우리의 말이 결정한다.



6.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


목숨을 끊겠다거나 그러려 한다고 연락한 지인이

꽤 여럿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그 말을 하고

선택 앞에 있을 때, 나 역시 '말'을 했을 뿐이었다.


만일 칼로 상대의 몸을 찌르면 범죄자가 되듯이

혀로 상대의 마음을 찢어도 사실은 범죄자이다.

나의 혀가 어떤 경우에도 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고

말만으로 람을 죽이거나 살릴 수도 있다.


이것은 위대한 일이다.

우리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나도 살릴 수 있다.



7. 부록


말이 많은 곳에는 죄가 부족하지 아니하거니와 자기 입술을 금하는 자는 지혜로우니라 / 잠언 10:19  

 

의로운 자의 입술은 많은 사람을 먹이나 어리석은 자들은 지혜가 부족하여 죽느니라 / 잠언10:21


인의 입은 지혜를 내놓으나 비뚤어진 혀는 끊어지리로다 / 잠언 10:31


칼로 찌르듯이 말하는 자가 있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건강하게 하느니라 / 잠언 12:18


자기 입을 지키는 자는 자기 생명을 보호하나 자기 입술을 크게 벌리는 자에게는 멸망이 있으리로다 / 잠언 13:3


건전한 혀는 생명나무이나 그 안의 비뚤어진 것은 영 안의 갈라진 틈이니라 / 잠언 15:4


사망과 생명이 혀의 권능 안에 있나니 혀를 사랑하는 자는 그것의 열매를 먹으리라 / 잠언 18:21


네가 말이 조급한 사람을 보느냐? 그보다는 오히려 어리석은 자에게 더 소망이 있느니라 / 잠언 29;20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신앙심이 있어 보이되 자기 혀를 제어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신앙심은 헛것이니라. 하나님 곧 아버지 앞에서 순수하고 더럽지 않은 신앙심은 이것이니 즉 고난 중에 있는 아버지 없는 자들과 과부들을 돌아보고 세상으로부터 자기를 지켜 더럽혀지지 아니하는 것이니라 / 야고보서 1:26-27



대학원 과정 음악심리학 시간에

굉장히 동의되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주자가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떨지 않을 수 있는가.


'떨지 말자, 떨면 안 되. 안 떨 수 있어'

따위의 언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뇌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노력이다.


떨지 말자의 "떨지"에서 이미 틀렸다.

떨린다는 언어를 이미 내 귀가 들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택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잘 할 수 있어'


부정적인 언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상당한 '혀의 권세'를 경험할 수 있다.


어릴 살던 집 정원에 큰 나무들이 많았다.

모과나무에 매년 주렁주렁 열매가 맺혔는데

하루는 창문을 열고 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


"저 나무 확 잘라버릴까."


믿거나 말거나 그 해 모과는 거의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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