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침묵이 길게 느껴올 만큼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무슨 실수를 한 건가?
산이 더 좋으세요,
바다가 더 좋으세요?
그저 물어보았을 뿐인데.
이건 내 단골 질문이고
나는 바다가 더 좋다고
즐겁게 말했을 뿐인데.
침묵 끝,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어왔다.
- 바다에 가 본 적 있습니까?
- 네? 네...
의아한 질문에 대답하자
또 말이 없던 그를
조금 더 기다려 보았다.
신나게 이야기하던 직전과는
현저히 달라진 분위기 속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못 가요.
바다에 못 갑니다.
갈 수 없어요.
내 평생소원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바다를 실제로 보는 겁니다.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데
나라에서 금지해 버려서
실제 바다를 본 적이 없던,
그림으로, 사진으로 보고
상상 속의 바다를 그리던,
한 때 독재자로부터
수십억 대의 악기를 선물 받고
승승장구하였다고 해도
정작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바다 근처에 갈 수도 없었던
그 사람에게 나는
미안하다는 말 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산이 더 좋은지
바다가 더 좋은지
누구에게도 다시는 묻지 않게 되었다.
그들을 마주하며 깨달았다.
바다에 가 본 적 있는 사람
바다에 가도 죽지 않는 사람
그런 땅에서 태어난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당연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루지 못할
소원이며 특권임을.
그렇게 나의 훌륭한 벗은
바다에 가 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누린 자유는
상상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지니며
나는 그 자유에 대하여 늘 감사한다.
"바다에 가 본 적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