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은 차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이 자연스러운가?
아무리 여유로운 사람도
파란불 횡단보도 걷는데
치가 달려들면 깜짝 놀란다.
아무리 넉살 좋은 사람도
같은 횡단보도에서 그 차가
또 급발진해 오면 더 놀란다.
평소 건너 다니는 그 길에서
어느 날은 그 차가 친절히 태워주고,
어느 날 불쑥 급발진해 내게 돌진하기를
몇십 년 동안 랜덤하게 지속해 오다 보면
그때부터 그 사람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그 길을 건널 때만큼은 좌우를 더 살피고,
언제 또 나에게 달려들지 몰라 경계한다.
정글에서 사자를 경계하는 당나귀와 같이
다른 길에서는 안 그래도 그 길에서 만큼은
바로 피해 달릴 신경감각이 준비되게 된다.
사자 앞에서 여유로운 평소와 같은 태도는
자연스러움이 아닌, 부자연스러움 자체다.
시속 50km 이하 주행도로에서 응급차는
빨간불에 그 이상도 달리지만 자연스럽다.
그 길에서 이틀 전 급발진 사고를 당한 내가
또 올 지 모를 급발진의 여지를 없애고 싶어
건네어 본 부탁에 "자연스럽게 살자."라는
거절 또는 충고 혹은 제안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살자는 말이 이런 느낌이었던가.
다소 생소하고, 아차, 내가 실수했다는 생각.
또 착각했구나. 우리가 같은 길 건너는 줄..
급발진이 다시 와도 할 수 없고, 사는 동안
그 길을 건너 다녀야만 하는 것이 숙명인데
이번에는 아마 안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보다 연약한 분을 미리 안전지대에 두고파
안심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자동차 급발진도 인간의 급발진도
명쾌하게 해결되긴 어려운 것일까.
남들이 자연스럽게 건너가더라도,
끝낼 수 없는 랜덤 급발진이라면
그 길에서 스스로 주의할 수 밖에.
자연스러움이란 상황 따라 다르다.
함부로 대답하지 말고
함부로 부탁하지 말자.
But watch thou in all things, endure afflictions, do the work of an evangelist, make full proof of thy ministry.
2Timothy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