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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에 수퍼스타

알브레히트 마이어

by Essie

Albrecht Meyer

방구석에서 최고의 오보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연주회

바쁜 일상의 오전, 여러 사람들과 다소 평온하고

따뜻한 봄날 하루의 시작을 위해 나누어 본다.


일단 나는 오보에보다 클라리넷을 더 좋아한다.

이유로는 글쎄, 본능이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오보에는 정말로 예민한 악기다. 예민의 집합체.

내 신경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 높은 확률의 소리.


그런데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그 확률을 없애더라.

그래서 나눈다. 세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 곡에서 마이어가 사용하는 악기는 그냥 오보에

즉 소프라노 오보에가 아닌 oboe d’amore 와

English horn 이기 때문이다. 다 오보에과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음역'이다. 음색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마디로,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음색인데

악기 자체의 영향도 있겠으나 'Mayer이기 때문에'

듣기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는 꼭 해 두겠다.


두 번째는, 영상 촬영 당시 코로나 시즌이었기에

마이어가 중간에 직접 멘트하면서 연주하는 매우

편한 느낌의 '방구석 고품격 음악회'이기 때문에.


도이체벨레 채널에서 제목을 Superstar로 했는데

동의한다. 그 말 좋아하지 않지만 오보에 수퍼스타

맞으니까. 방구석에서 무료로, 전 세계에서 오보에

가장 잘 다루는 수퍼스타의 연주를 들어볼 수 있다.


마지막 이유는 'Bach'의 곡이라는 이유. 당연하다.

바흐의 음악을 마이어가 연주한다 - 힐링을 보장함.



마이어가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 오케와 협연할 때

궁금해서 간 적이 있다. 오보에 연주회를 따로 간

유일한 날일 만큼 오보에는 신경을 잘 건드리는데

예상대로, 마이어는 한 번도 내 신경을 긁기는커녕

'오보에도 잘 불면 상관이 없구나' 확인시켜 주었다.


거기에다 한국어 멘트도 준비해 왔는데 안녕하세요

정도 할 줄 알았던 우리에게 얼마나 길게 말하던지,

아직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 좋은 사람이니 발음도 좋고 아주 그냥 똑똑하다.

딱 저 재킷을 입고 오셨는데 인상이 강렬하긴 했나,

나처럼 상대 의상 기억 못 하는 사람이 기억하다니.


영상에서는 좀 더 순해(?) 보이지만 그 날 내가 본

마이어는 '보통내기가 아닌' 이미지가 더 우세했다.

그런데도 어쩌다 나도모르게 그만, 사인회 줄에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몇 마디를 날렸고(날린 느낌..)

고개 숙이고 줄곧 사인만 하던 마이어가 고개 들고

쳐다봤다. 그리고 "하~! 하하 ㅋ.." 이런 느낌으로..

웃었던 미묘한 기억이 남아있달까.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인 줄 알았어요. 저보다 한국말 잘 하시는듯

이런 식으로 던진 것 같...


바쁜데 많이 썼다. 안녕! 마음 따뜻한 하루 되기를!


추신 : 맨 마지막 곡은 '누구라도 알 만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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