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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shoes Dec 27. 2020

오비히로, 여름이 끝나는 시간

일본

(여행시기 : 2017.7)


어떤 블로거의 표현에 따르면 "사실상 홋카이도를 지배하고 있는" 제과점 롯카테이. 난 그런 브랜드가 있는 줄도 몰랐다. 롯데를 잘못 쓴 건 줄... 본점은 오비히로에 있다(삿포로가 아니라니 신선). 우리가 가 본 오비히로는 좀 쇠락한 이미지였는데 - 삿포로를 제외하고는 홋카이도의 많은 곳이 그랬다 - 여기가 스위츠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오비히로의 롯카테이 본점은 근처에서 제일 예쁘게 지어진 건물이었다. 가게라기보다는 사무실 같은 단순한 인테리어에 널찍하게 배치된 매대들(이것도 홋카이도의 특징이었다! 일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 이미지와 달리 뭐든지 널찍했다). 묘한 향수를 자아내는 복고풍의 포장지들.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와 함께 본점에서만 판다는 '사쿠사쿠 파이'를 먹었다. 솔직히 그 옆 크란베리 제과점의 고구마 파이가 맛은 더 있었지만, 가격이 착했고 커피 맛이 좋았으며 매장 분위기가 편안해서 점수를 더 주었다.


사쿠사쿠 파이와 커피


우리는 오비히로에서 계절이 바뀌는 걸 느꼈다. 공기 속에서, 어두운 하늘에서, 여름이 끝났다는 신호. 이게 뭔지 안다. 우리가 잠시 살았던 업스테이트 뉴욕에서도 바로 이 계절에 이런 느낌을 받았었기에. 옷을 두 개 껴입어도 추워서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스를 기다렸다.



미도리가오카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차창 사이로 얼핏 스쳐간 이 풍경은 내게 오비히로의 이미지로 남았다. 키 큰 침엽수들, 편의점에 충실히 딸린 주차장들, 사람 없는 텅 빈 길.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왔고, 공원은 거대한 숲에 가까웠다. 누가 "홋카이도 동부 지방은 미국 같다"라고 쓴 걸 봤는데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미국 어디냐가 문제겠지만 여긴 적어도 업스테이트 뉴욕의 어느 타운 비슷했다.


거대한 숲 같았던 미도리카오카 공원과 근처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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