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다시, 통영

국내여행

by redshoes


2022년 가을 겨울을 미친 듯이 바쁘게 보냈더니 번아웃이 와서 조용한 곳에서 조용히 쉬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한 달 살기 같은 걸 하고 싶지만 생업이 있으니 어렵고 일주일 있을 예정으로 어제 통영 도착. 이번 여행은 그야말로 한없이 게으를 예정인 휴식 여행이다.



언젠가 따뜻한 남쪽바닷가 한적한 소도시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는 게 희망사항이지만, 실제 이루어질 가망은 거의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든다 해도 애초에 노마드적 성향을 가진 내가 그 정도로 ‘정주’를 좋아할지는 미지수. 그래도 당장 쉽게 갈 수 있는 ‘유사 세컨드 하우스’는 있다! 통영의 벨라 게스트 하우스. 천정 높은 서양식 집인데, 주인 부부가 사시는 집 2층에 묵는 거라서 ‘숙박시설’이 아니라 ‘집’이라는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영리적인 분위기가 없어서 주인 부부님이 약간 취미로 운영하시나? 싶은 생각까지 드는 곳이다. 우리한테 파실 생각은 없으신지 ㅎㅎㅎ (맨날 하는 공상 또 시작..)



최신 스타일로 꾸민 숙소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안락한 느낌이 든다. 약간 빛바랜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어린시절 인형 같달까. 번쩍거리는 새 집은 아니지만 청소상태가 훌륭하다. 하얀색 실내는 무척 깔끔하다. 방이 넓고 창문이 큰 것도 좋다. 방에 딸린 테라스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문밖에 나가보면 커다란 통창으로 햇볕이 듬뿍 쏟아져 들어온다.


고풍스러운 소파가 있는 거실에 앉아서 햇살을 즐기거나 간단한 음식 조리를 위해 부엌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맛있는 아침 식사까지 정말 착한 가격에 제공되는 이곳을 우리의 아지트로 삼기로 했더랬다. 거기 또 왔다.



숙소가 있는 미륵도에서 통영항이 있는 육지로 산책을 나왔다. 육지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처음엔 좀 쫄았으나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바다는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고, 육지엔 녹색과 파란색의 지붕들이 모여있다. 바다와 집과 섬이 아기자기 어우러진 풍경은 항상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좀 더 걷다가 ‘까페 만날’이라는 주택가 안의 예쁜 카페에서 카페라테와 스콘을 먹었다. 나즈막한 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인데 소박하고 깔끔했다. 스콘이 맛있어서 깜짝 놀랬다. 강추. 달지 않고 고소하고 감칠맛이 났다. 곁들여 나오는 건조 레몬도 맛있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세상은 조용하고 포근하다. 복잡했던 머리를 비우고 오랫만에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본다. 얼마만에 이래보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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